원래 7월은 연중 가장 한가로운 달이다. 학생들에겐 방학 시즌이고, 직장인들에겐 황금의 휴가철이다. 예전 기업들은 설령 경기가 나쁘지 않아도 직원들 휴가가 몰리는 7~8월엔 공장가동률을 낮추곤 했다.
정치인들도 7월엔 쉬는 편이었다. 국회도 안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행정부 역시 내년도 예산안과 주요 법안처리가 몰리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재충전 시간을 갖는 게 일상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올 7월은 사정이 다르다. '하한기'란 말이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우선 기업들이 그렇다. 휴식을 얘기하기엔 경기 자체가 워낙 '턴 어라운드(반등)'의 미묘한 상황에 처한 탓이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래 약 10개월을 쉴새 없이 달려왔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다. 쉬지 않는 게 능사는 아니겠지만, 최근 접했던 CEO들은 한결같이 "지금부터 하반기까지가 가장 예민한 시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분주하기론 정치권만한 곳도 없다. 달콤한 휴가시즌에 국회의사당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이라니! 비정규직법에 이어 미디어법까지, 이 달 들어 여야의 대치엔 끝이 없어 보인다. 어쨌든 이번 주초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주엔 두 가지 발표사항을 눈 여겨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하나는 한국은행이 내놓을 2분기 성장률(GDP)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어닝시즌의 하이라이트가 될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다. 2분기 성장률이 국내 경기전체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지표라면, 삼성전자 실적은 국민경제 파급도가 지대한 국내 최대기업의 성적표라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성장률의 경우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에 관전포인트를 둬야 할 듯. 삼성전자 실적은 이미 잠정치가 공개됐기 때문에 각 사업부문별 실적과 3분기 전망이 더 관심사다. 둘 다 24일 발표된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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