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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 경춘고속도로

입력
2009.07.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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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료는 통행료대로 내고 시간은 오히려 기존 경춘국도보다 더 걸리니 울화통이 안 터지겠습니까."

16일 오후 서울 강남을 출발해 전날 개통한 서울-춘천 민자 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에 온 유모(53)씨는 짜증나는 여정을 생각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씨는 강일IC를 거쳐 미사IC, 남양주영업소를 지날 때마다 통행권을 뽑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들로 20여분씩 정체되어도 '차량이 몰려 그러겠거니' 했다. 하지만 동산영업소를 지나 이 고속도로의 종착역인 춘천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서 그는 인내에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동산영업소에서도 정체에 시달렸는데 춘천영업소를 빠져 나오는 데는 무려 40여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이 영업소에는 하이패스를 포함해 출구가 4개뿐이어서 서울-춘천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에서 한꺼번에 몰린 차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운전자들은 "이렇게 준비해놓고 무슨 선전을 그렇게 대대적으로 했냐"면서 애꿎은 수납원들한테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강촌IC와 남춘천IC의 연결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데다, 이들 IC는 춘천시내에서 30~40분이나 떨어져 있어 많은 운전자들이 이용을 기피한 데서 비롯됐다.

운전자들은 강촌IC나 남춘천IC를 통해 국도로 빠져 나오는 것 보다는 춘천JCT를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1,400원의 요금을 추가로 부담하면서 그렇게 했다가 오히려 골탕을 먹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강촌이나 남춘천IC 연결도로를 제대로 해놓았으면 누가 요금을 더 내고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려 했겠냐"면서 "뻔히 차량들이 중앙고속도로로 몰릴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워놓지 않은 도로공사의 배짱이 놀랍기만 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씨는 국토해양부와 ㈜서울-춘천고속도로가 홍보한 38분의 4배인 2시간30여분이 걸려서야 춘천에 도착했다. 경춘국도의 소요시간보다 1시간이나 더 걸린 것이다.

유씨는 이날 오후 서울로 돌아가면서 또 한번 분통이 터졌다. 또 막힐 것을 우려해 아예 경춘국도를 타고 가다 강촌IC로 진입하려고 했는데 이정표가 제대로 안돼 있는 바람에 무려 30여분이나 헤매다가 겨우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문제가 알려지면서 개통 이틀째인 17일에는 이용 차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도로공사가 국도로 우회해 줄 것을 곳곳에서 당부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체는 전날보다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주말에 차량이 몰리면 또다시 극심한 정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주일에 성남~춘천을 두세 차례 오간다는 김모(53ㆍ회사원)씨는 "비싼 요금 내고 이 고속도로를 타느니 전처럼 경춘국도를 이용하겠다"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졸속 개통해 놓고 운전자들을 골탕먹이는 일을 되풀이할 것이냐"고 말했다.

운전자들은 61.4㎞의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정부가 홍보한 대로 38분대에 주파하려면 2011년 완공 예정인 남춘천IC 연결로 4차로 확장공사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2차로인 동산영업소-춘천톨게이트 구간도 시급히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강촌, 남춘천IC에서 분산돼야 할 차량들이 춘천톨게이트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정체가 발생했다"면서 "8월1일 홍천쪽으로 빠지는 조양IC가 개통되고 강촌, 남춘천IC 연결로가 정비되면 체증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춘천=글·사진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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