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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모두 헌법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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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모두 헌법을 읽자

입력
2009.07.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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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제정된 지 61년이 되는 해이지만, 우리 국민 가운데 헌법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국민은 그렇다 치고,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및 공무원들은 헌법을 제대로 알까. 헌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과연 저렇게 행동할까. 올 제헌절에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규범

미국에서 생활해본 이들은 미국 사람들은 모든 논의에서 문제가 생기면 헌법을 먼저 거론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건국의 역사와 헌법에 대하여 가르친다. 그리하여 국민이라면 먼저 헌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헌법에 따라 살 것을 배우게 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기능을 겸하는 연방최고재판소(US Supreme Court)의 재판관은 헌법을 실현하는 사람이기에 국민의 대단한 존경을 받는다.

우리도 이제 전 국민이 헌법을 읽자. 130개 조항밖에 안 되는 헌법을 1시간만 찬찬히 읽어보자. 나는 민주화 이후 한국이 정상국가로 성공하려면 헌법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의 인권 신장이나 국가운영 방법, 국가와 시장의 관계 등 모든 것이 헌법에 있기 때문에 헌법대로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전국민 헌법 읽기 운동을 전개해왔다. 강연도 하고 만화나 사진으로 보는 헌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선진국 국민은 헌법부터 먼저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도 헌법을 읽지 않는 것 같다. 헌법을 읽어 보았다면 국정 운영에서 독주할 수 없고,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 국회의원도 헌법을 읽어 본 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헌법에는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권한을 행사하는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모두 정해져 있다.

이런 헌법을 읽은 적이 없으니, 국회의원 배지는 달고 다녀도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마구잡이로 행동한다. 국가적 과제와 국민 이익은 내팽개치고 정치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국회 해산론과 국회의원 수입론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우리 국민이 향유하는 인권이 어떠한지도 헌법에 모두 정해져 있다. 국가권력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위헌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는 것까지 헌법에 정해져 있다. 나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하면 다른 사람의 자유와 이익도 중요하고, 그래서 더불어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헌법에서 다 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격과 대한민국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가치도 헌법에 다 정해져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국가는 안하무인으로 국민을 다룬다.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만 인식한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정치인들은 권력투쟁에 매몰되어 있다. 공무원시험에는 자기나라 헌법지식도 요구하지 않기에 기능적 지식만 가진 이들은 어떤 가치 실현에 종사해야 하는지, 국가와 국민에 대하여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도 없다.

대부분의 공무원이 대한민국헌법을 읽은 적이 없다. 공무원은 그저 출세를 위해 윗사람의 지시만 좇아 국민에 대하여 마구 권력을 휘두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공무원을 '뇌가 없는 인간'이라고까지 부른다. 이 때문에 국민만 피곤하게 밤낮 시위와 농성으로 정부에 항의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 해결의 길

민주화가 되었어도 개인은 각기 자기 자유와 이익만을 내세우며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시민단체라는 집단도 어느 한편에 가담하여 같이 싸우고 있다. 그 결과 국가와 국민간의 갈등, 개인과 개인간의 갈등, 집단과 집단간의 갈등 등 사회갈등은 이제 한국이라는 사회가 해체의 길로 나아갈 만큼 심각하고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가에서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규범이 헌법이다. 헌법을 읽고, 헌법대로 하자. 헌법을 읽어 보기만 하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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