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경색된 북미관계를 바라보는 미 행정부의 시각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한 압박이나 미 행정부의 독자 제재 등 강경 기조는 변화가 없으나, 여기에 덧붙여 대화를 강조하는 발언이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과 대화할 준비는 돼 있다"면서도 "지금은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할 때"라고 해 '채찍' 우선의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 고위관리들이 잇따라 대화 필요성과 북한의 협상 복귀 가능성을 언급해 경색 국면 탈출구 모색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를 순방중인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9일 서울에서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북한과 나란히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부대변인도 17일(현지시간)"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새롭게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을 거론하면서, 이를 제재와 같은 비중으로 두고 있다는 것은 압박 일변도를 치닫던 국면에서 분명 달라진 기류이다.
앞서 백악관의 핵 비확산 담당 '차르'인 게리 세이모어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은 영국 런던의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설에서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미 관리들의 발언이 북한에 던지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행정부는 미 독립기념일에 맞춰 진행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이 추가 도발할 수 있는 카드가 소진돼 가고 있고, 따라서 지금이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모어 조정관은 북한선박 강남1호 회항, 예상보다 위협적이지 않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구체적 징후로 거론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북미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고, 이는 북한으로서 선뜻 수용하기 쉽지 않다. 크롤리 부대변인은 "북한이 협상으로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매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밝힌 '새로운 접근'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대미 협상용이 아니라 실제 핵보유국이 되려는 야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보다 직접적이고 터프한' 대응책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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