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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물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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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물의 나라

입력
2009.07.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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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구름이 낮게 깔리더니 순식간에 거센 빗줄기가 쏟아졌다. 늘 다니던 고가도로 위로 올라섰는데 그곳은 벌써 물바다이다. 경사가 진 곳마다 물웅덩이가 생겼다. 물의 위력을 새삼 알겠다. 1993년 여름,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자동차를 몰고 나와 이 고가도로를 탔다. 택시로 한번 가본 길이었는데 그때 기사님이 말했다.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길을 아는 사람들이 적습니다." 목동으로 연결되는 신정교 쪽만 출퇴근 시간에 좀 밀릴 뿐 다른 곳은 한적했다.

그런데도 손에 땀이 날 만큼 핸들을 꼭 쥐고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때는 이곳이 상습 정체로 몸살을 앓게 되리란 것도 게릴라성 호우가 잦아질 거라는 것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로 어디에 배수구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주 작은 구멍 몇 개뿐일 듯하다. 문득 요르단의 페트라를 찾아가던 일이 떠올랐다. 바닥에 깔려 있는 정방형 돌 때문에 발바닥이 불편했다. 고대 로마의 흔적이었다. 마차들이 잘 들어오도록 돌을 깔아 길을 닦았다.

침략을 일삼던 제국주의를 두둔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불과 16년 뒤의 급변할 기후나 차량의 통행수도 짐작하지 못하고 놓인 고가도로가 답답할 뿐이었다. 그 사이 차는 다시 한번 물 웅덩이를 지나갔다. 물벼락이 요란하게 차체를 치고 물 속에서 바퀴 한 쪽이 위태롭게 들렸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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