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을 좋아하는 기자들도 많습니다.” “아 그래요?”
“음… 사실 많지는 않고 한두 명 있습니다.”
2003년 기자들은 신상규 당시 서울지검 3차장 검사와 한 기자의 대화를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전적으로 공감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완고하고 뻣뻣했던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깐깐함은 기자들 뿐 아니라 정치권과 재계 등 상대를 가리지 않는, 타고난 천성이었다. 후배들은 그를 존경했다.
그런 그가 14일 검찰을 떠났다. 그는 퇴임사에서 일찍 작고하신 부친, 30년간 그를 뒷바라지한 가족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쏟았고 퇴임식장은 순간 숙연해졌다. 한 검찰 간부는 “신망에 비해 화려하지 못했던 경력이 떠올라 덩달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후배들은 연립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재산이 4억여원인 ‘청렴 고검장’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17일에는 검찰총장이 될 뻔했던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비공개 퇴임식을 갖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그는 청사 2층 강당 대신 협소한 사무실에서 “부덕의 소치”라는 요지의 짧은 퇴임사를 남긴 뒤 검찰을 떠났다. 떠나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표정이 어두웠다.
둘을 대비시킨 것은 상대적으로 신 전 고검장을 띄워 차기 총장감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신 전 고검장 같은 부류의 검사들은 ‘유력한’ 총장 후보 명단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는 현실을 상기시키고 싶을 뿐이다.
두 퇴임식을 보고 검사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총장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검사로서 처신을 바르게 하고 신망을 받아도 ‘다른 능력’이 없는 ‘딸깍발이’ 검사는 출세할 수 없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을까.
박진석 사회부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