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대구와 한국을 위해 일한 아버지의 뒤를 잇겠습니다."
전임 주한 미 육군 대구기지 사령관의 아들이 대구 세계육상대회 홍보를 위해 계약직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국제협력팀 스티븐 소니에르(22)씨가 그 주인공.
지난달 조직위에 특채된 소니에르씨는 자원봉사자 인터뷰와 통역, 번역, 영문 보도자료 초안 작성 등 대구육상대회를 전세계에 알리는 선봉에 서 있다.
그는 내달 초 대구의 음식과 거리, 문화 등을 외국인 시각에서 직접 쓴 '서양인이 본 한 국제도시'라는 영문판 포켓북을 1만부 발간, 2009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베를린에서 차기 개최도시 대구를 알린다.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책을 만들었다"는 그는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한국이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여는데 힘을 보탤 수 있어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대구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07년 6월. 미 육군 대구기지 사령관으로 발령 받은 아버지 마이클 소니에르(47) 대령을 따라서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쉬펜스버그대에서 지구환경공학과 2학년 과정을 마친 그는 당초 여름에만 머물다 귀국하려 했으나 숲이 우거진 녹색도시 대구에 반해 눌러앉았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해 9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의 자원봉사자로 육상과 첫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를 따라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곳에서 객지 생활을 하면서 현지 적응력이 몸에 배였다"는 그는 "스포츠 분야 자원봉사 업무가 체질에 딱 맞았다"고 말했다.
지난달은 그에게 인생의 기로였다. 아버지가 벨기에의 한 부대로 임지를 바꿀 즈음 평소 그를 눈여겨봐온 육상조직위가 특채를 제의 했기 때문이다.
과감히 벨기에행을 포기하고 대구를 선택한 그는 지난달 22일부터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자취방에서 제대로 대구 체험을 하고 있다. 올 정월대보름때 소속 장병 80여명을 데리고 남구의 '달맞이 한마당'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대구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된장찌개와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그는 "2002 월드컵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축구와 야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한국과 대구는 육상 분야에서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전준호 기자 jhjun@hk.co.kr
임귀혜 M+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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