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되는 것은 모든 국민의 소원이고 국가적 목표이다. 몇 년 전 1인당 GDP 2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우리도 이제 선진국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저성장과 고환율 등으로 1인당 GDP는 1만6,000달러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현재의 국제 상황에서 3만 달러는 돼야 선진국으로 자부할 수 있다. 앞으로 몇 년이 걸려야 여기에 도달할지 모를 판이다.
소득보다 의식수준이 중요
그러나 선진국에 이르는 데 훨씬 어려운 과제는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이다. 우리 자신이 과연 선진 시민의 자질과 품격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미 선진국을 방문했을 때 시민의식 수준에 감탄할 때가 많다. 질서의식, 남을 배려하는 정신, 공중도덕, 청결성,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등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 많다. 선진국이 되려면 소득보다 시민의 수준이 선진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우리에게 취약한 것은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정신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자기만 잘되면 그만이고, 그것이 남에게 폐가 되는지 모르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시민의식은 교육을 통해서 함양할 수 있다. 가정 교육일 수도 있고 학교 교육일 수도 있다. 시민교육은 특히 유아시절에 이루어져야 효과가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유아시절부터 선진시민 교육이 이루어져야 선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기성세대는 그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경제성장에 급급하여 가정도 학교도 선진 시민을 길러 내는 일에는 소홀 하였다.
따라서 이제 와서 국민 의식수준을 탓한들 뾰족한 방법이 없다. 기성세대를 선진시민으로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머리가 굳어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다음 세대이다. 다음 세대라도 선진 시민으로 길러내지 못하면 선진국이 되는 길은 아주 요원할지도 모른다.
독일이 통일된 후 한때 서독과 동독 주민 사이에는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다. 동독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일 된지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그런 갈등이 모두 해결되었느냐는 질문에 어느 독일 교수는 사람이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대답하였다. 동독의 기성세대는 이미 사회주의에 머리가 굳어 희망이 없고, 새 세대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한 세대인 30년은 지나야 문제가 해결 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성세대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 새 세대라도 선진 시민이 되도록 이끄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일본은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새로운 교육으로 선진 국민을 길러 내는 일에 매진하였다. 그들은 미개인과 같은 일본인을 서구인과 같은 문명인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경제성장도 이룩하였다. 그 결과 이제 일본은 구미 국가를 앞지르는 선진국으로 발전하였다. 경제와 소득 수준뿐 아니라 시민 의식수준까지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된 것이다.
다음 세대 교육에 힘 쏟아야
자학적인 얘기일지 모르지만 기성세대는 제쳐두고 유아들이라도 선진시민으로 만드는 일에 사회와 정부가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꾸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학교제도를 바꾸어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선진국을 향한 목표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사람을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소득을 아무리 높여도 국민의 의식과 행동수준이 따라주지 못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선진 시민을 길러내는 일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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