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가 16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취한 추가 제재 조치는 실효성, 상징성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제재위원회는 리제선 북한 원자력 총국장 등 개인 5명에 대해 여행금지, 해외자산 동결 등을 결정했고, 남천강 무역회사 등 5개 기업과 기관, 미사일 제조 등에 사용되는 첨단 소재 등 2개 물자에 대해서도 자산동결과 금수조치 등의 제재를 가했다.
주목되는 것은 대량살상무기(WMD)의 제조, 확산에 연루된 개인들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에 나섰다는 점이다. 유엔의 전문가들은 "개인 제재는 실효성 여부를 떠나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조와 결의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모두 참여하는 제재위가 만장일치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제재위원장인 파즐리 코르먼 터키 대사대리는 "북한의 WMD 활동에 대한 단호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데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지난달 12일 안보리가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한 결의 1874호를 채택할 때만 해도 결의가 현실적인 '채찍'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통과된 결의 1718호가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솜방망이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논의 막판까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대상 선정 논의가 난항을 겪었다. 미국 등이 제재 대상 개인으로 15명을 제시했으나 최종 5명으로 줄어든 것도 중국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막판에 태도를 바꿨다.
중국의 제재 동참은 2006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해진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15일 미 고위 관계자가 "결의 1874호에 따른 추가 금융제재가 각국 정부 뿐 아니라 민간 부문인 전세계 은행들까지 포괄하는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미 국무부는 안보리 조치에 대해 "강력하고 믿을 만한 제재"라며 "안보리가 WMD 관련 기업, 개인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데 계속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북 추가 압박과 봉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박덕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안보리 결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결의에 따른 어떤 제재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반발,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결구도는 상당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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