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그 동안 한국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일기예보도 발표해 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일기예보는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읍면동 별로 상세히 예보하는 것과 달리 북한지방은 평안남북도, 황해도, 함경남북도로 분류한 3개 광역과 평양, 중강진, 개성, 해주, 청진, 함흥과 같은 6대 도시에 대해서만 예보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예보 이용자와 필요성이 많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였다. 결국 한반도 모든 영토에 대한 일기예보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컸다고 본다.
그러나 기상청은 7월부터 북한 27개 도시에 대한 상세한 일기예보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당장 예보 이용자가 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발사 등과 같은 큰 사건 때 우리가 북한의 상세한 날씨 정보가 필요하게 된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또한 미래 통일을 앞두고 북한지역에 대한 예보기술을 축적해 둘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예보를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관측자료 부족이다. 예보는 현재의 관측을 바탕으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과학이다. 북한의 관측자료는 중국과 일본을 통해서 받고 있는데, 양이 제한되어 있고 늦을 때도 많다. 실시간 기상관측 자료는 일기예보를 하는데 선행조건이긴 하지만 우리의 수치예보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여기에 기상위성으로 관측한 구름영상 자료나 남한에 설치한 기상레이더의 관측 범위가 북한 전역의 반 이상을 덮고 있어 북한지역 관측자료의 부족함을 일부 해결해 준다.
북한에 대한 일기예보에는 또 다른 난관이 있다. 북한 27개 지점의 예보가 과연 제대로 맞았는지 아닌지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다. 한국의 일기예보는 예보를 이용하는 수요자가 있다. 이따금 예보와 실황이 다른 경우에 따가운 질책으로 피드백을 주는 수요자는 일기예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촉매가 된다.
하지만 북한의 일기예보는 수요자로부터 아무런 의견을 들을 수 없으니 답답함도 있다. 실제의 대기 상태가 예보와 얼마나 잘 일치되는지 검증할 자료가 빈약하다는 한계는 예보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부족하다는 또 하나의 단점으로 이어진다.
서해상의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부가 우리 해경의 일기예보를 이용하다가 정확도에 혀를 내두른다는 기사와 대북방송에서 나오는 남한의 북한 일기예보가 잘 맞아 자주 이용했는데 이를 들을 수 없게 돼, 북한 관계자가 우리의 대북방송 중단을 아쉬워하는 말을 했다는 기사를 몇 년 전 본 적이 있다.
이렇듯 북한 일기예보는 우리 민족이 다 같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기위해 꼭 필요한 정보이다. 또 북한 일기예보를 통해 가뭄이나 홍수 등 기상현상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예측해 북한문제 관계기관에 귀중한 정보로 제공해줄 수도 있다.
북한도 우리 영토임에 틀림없고, 같은 민족이 사는 지역에 대한 일기예보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북한 예보의 확대 시행이 늦은 감도 있다. 남북한의 기상정보가 자유롭게 교류 되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와,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는 북한지역에 대한 일기예보의 품질이 지금의 남한 예보만큼의 수준으로 격상될 날을 기대해본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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