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및 초ㆍ중ㆍ고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원자료가 처음으로 20일부터 공개된다. 국회의원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원자료를 열람하는 형식이다. 공개 대상자료는 최근 5년간 수능 및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한 모든 수험생의 성적 자료다.
의원들은 열람 후 분석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보공개심의회 논의를 거쳐 제공 여부를 결정한다. 교과부는 학교 서열화에 이용될 수 있는 자료는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수능ㆍ학업성취도 성적 원자료 공개는 우리 사회에 큰 파장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성적 원자료는 16개 시ㆍ도, 230여개 시ㆍ군ㆍ구 단위로만 공개된다. 하지만 이 원자료를 잘 가공하면 학교별 성적을 알아내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국공립ㆍ사립 등 학교 형태, 전체 학생수, 대학 진학자 수 등 이미 공개된 자료를 대입하면 어떤 학교의 성적 자료인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역별ㆍ학교별 실력 차이가 드러나면 기피 지역, 기피 학교가 발생한다. 학교 서열화를 조장해 3불 정책 중 고교 등급제 금지 해제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고교 평준화 무력화 시도가 거세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역간 수능ㆍ학업성취도 성적이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력 격차 수준을 알아야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학력 격차 해소 정책을 입안ㆍ추진하려면 정확한 성적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의원들은 그 과정에서 성적 자료가 공개될 경우의 파장은 도외시하고 있는 듯하다. 학력 격차는 개인ㆍ학교ㆍ지역별로 여러 특수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결과인데 이를 단순히 학교 지원만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도 부족하다.
교과부는 의원들이 요청하는 분석 자료가 몰고올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공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그에 앞서 의원들이 먼저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미칠 분석자료 공개의 후폭풍을 충분히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