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6월 이야기글 장원에 오분나(수원 동우여고)양의 '벚꽃비'가 뽑혔다. 시 부문에서는 하상민(진주 대아중)군의 '연잎의 한탄', 비평ㆍ감상글에서는 김시헌(서울 동북고)군의 '인간 사회와 종교', 생활글에서는 김환이(서울 구로중)군의 '노대통령 이야기: 서거'가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벚꽃비
오분나(필명: 속눈썹)
(전략) "엄마." "응?"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입었어?" "…네 아빠 생일이잖아." "오늘은 안 슬퍼?" "응. 괜찮아."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괜찮아졌다고. 무슨 바람이 불어서 20년간의 슬픔이 녹았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괜찮아서 나도 괜찮았다 "내년에 또 오자." 나는 웃으며 동의했다. 내년에 이 아름다운 곳에 다시 한번 찾아오기로. 그때도 엄마와 손을 잡고 걸으며 이 길만큼이나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 한번 만들겠지. 그때도 난 내 한쪽 손이 허전한 것을 아쉬워할 테지만, 그것은 상관없었다. 하루를 채우는 것이 엄마의 눈물과 한숨이 아닌 미소와 행복이라면 텅 빈 내 한쪽 손에 그 하루가 쥐어질 것이다. 누군가가 잡아주지 않아도, 그만큼 따뜻한 감정이 이 봄을 채우겠지. 이십년 전의 그 봄처럼 우리가 자유롭기를, 그에 비례하는 웃음이 함께하기를, 그땐, 아빠가 아닌 내가 엄마의 곁에 있어서 우리가 행복하기를. 해가 져 버리고 달도 뜨기 전, 황혼이 물드는 저녁에 눈부신 아름다움을 지닌 벚꽃비가 내렸다.
●심사평
'벚꽃비'는 우리가 흔히 결손가정이라 부르는 엄마와 딸만 사는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딸이 스무살 되던 날 엄마는 무슨 결심이 섰는지 꽃구경을 나서고 그 날 모든 것이 변합니다. 어찌 보면 신파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속눈썹'은 아슬아슬한 부분에서 끊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아버지의 아들 찾기'라면, '벚꽃비'는 정반대의 입장에 선 '딸의 아버지 찾기'입니다.
이문영ㆍ소설가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09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문학관 글틴(http://teen.munjang.or.kr)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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