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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6개월/ "6년이 걸려도…" 꽉 막힌 용산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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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6개월/ "6년이 걸려도…" 꽉 막힌 용산 대치

입력
2009.07.1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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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4층 접객실. 생수와 라면 등 음식물이 쟁여져 있는 한쪽으론 이부자리와 옷가지들이 개켜져 있고, 아이들 자습서와 책가방들도 눈에 띄었다.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 다섯 가족 10여명이 6개월째 먹고 자며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철거민 희생자 5명의 영정이 마련된 맞은편 분향실엔 찾는 이 없이 향만 쓸쓸하게 피어 올랐다.

3층으로 내려가는 복도 계단에는 플라스틱 의자들이 빼곡히 쌓여 사람들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고, 건물 주변은 무전기와 수배 전단지를 든 사복 경찰관들과 전경 40여명이 빙 둘러 진을 치고 있었다. 병원 빈소라기보다 영락없는 농성장의 한 풍경이다.

20일로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꼭 6개월째다. 지난 1월 20일 오전 철거를 앞둔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희생됐다.

이후 계절이 두 번 바뀌었지만 철거민과 재개발조합, 정부간 갈등과 대치는 한 치의 진전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농성장이 남일당에다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하나 더 늘었다는 것 외에 무엇 하나 변한 것이 없다.

16일 오후에도 장례식장 주변에선 경찰과 유가족 간 실랑이가 어김없이 벌어졌다. 경찰이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범대위)와 천주교인권위원회 관계자 2명의 병원 출입을 막자 유족들이 "수배자도 아닌데 왜 막냐"며 경찰과 한바탕 몸싸움을 벌였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회장과 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위원장 등 지명수배자 3명이 유족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경찰과 유족간 마찰이 일상사가 됐다.

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씨의 부인 김영덕(54)씨는 "요즘은 경찰 통제가 더 심해졌다"며 "병원 측이 우리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며 나가달라는데, 손해를 본다면 그게 병원을 둘러싼 경찰 때문이지 왜 우리 때문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법은 없이 갈등의 골만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6개월간 장례식장 사용비만도 무려 5억원이 넘었다. 그간 여러 단체의 성금으로 1억원을 내고 4억여원이 남은 상태다.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쌓여가지만 유족들은 생계 활동을 아예 포기한 채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고 윤용헌씨의 부인 유영숙(48)씨는 "새벽부터 남일당 현장에 나가 조문객을 맞고 집회와 추모미사에 참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생각하면 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다"고 힘든 일상을 전했다.

유족들은 그러나 이 같은 여건 속에서도 "6개월이 아니라 6년이 걸려도 절대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족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그들 남편이자 아버지의 '명예회복'이다.

유씨는 "이대로 물러서면 정부 발표대로 '도심 테러리스트'로 불법 과격시위를 벌이다 'X죽음'을 맞았다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된다"며 "정부의 성의 있는 사과 없이는 어떤 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47)씨는 "내 남편의 명예를 회복하고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다른 유가족들과 똘똘 뭉쳐 이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4구역 재개발조합 측이 위로금 지급 형태로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유족들이 한사코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독교 단체인 한국교회봉사단이 최근 서울시와 범대위 측에 "유족들의 밀린 장례식장 비용을 대신 내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으나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는 용산 참사를 부른 화재가 농성자들의 과실로 발생한 만큼 유족과 재개발조합 측이 풀어야 할 민사 문제이며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6개월 동안 유족과 한 번도 공식 대화를 하지 않은 것도 정부의 이런 방침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구청 등과 협의해 재개발조합에서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그 외는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치권에서도 용산 문제 해결은 답보 상태다. 참사 직후 재개발 관련 법 개정안이 20건 넘게 상정됐지만, 세입자의 주거 및 이주 대책을 사업시행계획에 포함하도록 한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안 1건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계류 중이거나 일부는 철회됐다. 야4당이 꾸린 용산참사 공동대책위도 오세훈 서울시장을 면담한 것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태 해결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자 유족과 범대위는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나갈 태세다. 최근 철거민 희생자들의 사망 당시 사진을 공개하려다 윤리적 문제 등이 제기돼 취소했던 범대위는 20일에는 희생자 시신 5구를 서울광장으로 옮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범대위 관계자는 "광장에 분향소를 만들어 시민 참배를 받고 상황에 따라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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