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답게 첫 판부터 명승부가 펼쳐졌다. 14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37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본선 리그 첫 경기서 열 일곱 살 '겁없는 신예' 김승재가 최근 후지쯔배서 이창호를 꺾고 세계 정상에 오른 스무 살 세계 챔피언 강동윤을 물리쳤다.
올해 명인전은 예선에서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스무 살 안팎의 신예들이 본선 리그에 대거 진입하는 등 크게 물갈이가 이뤄진 데 이어 본선 리그 첫 판부터 뜻밖의 이변이 연출됨으로써 앞으로 더욱 흥미롭고 뜨거운 열전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재는 박정환(16)과 함께 국내 바둑계 최연소 그룹으로 진작부터 '차세대 재목감'으로 주목 받았다. 올해 명인전 본선 멤버 가운데서도 물론 가장 나이가 어리다.
2006년 열네살에 입단해 이듬해 신인왕전 준우승, 2008년 신예연승최강전 우승을 차지했고 LG배와 한국바둑리그 본선에서 활약하는 등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올해는 더욱 성적이 좋아서 27승8패(승률 77%)로 다승 4위, 승률 2위에 올라 있다.
올 2월 처음으로 랭킹 50위 안으로 진입한 후 3월에 42위, 4월 40위, 5월 35위, 6월 32위, 7월 26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승재는 국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바둑을 "조금 불리해도 끈질기게 참고 기다리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하면서 "목표는 당연히 결선토너먼트 진출이고 우승까지 한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죠"라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지난 기 명인전 준우승자로 이세돌이 빠진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던 강동윤은 첫 대면한 김승재의 '만만디' 작전에 걸려 본선리그 출발이 좋지 않다.
강동윤은 후지쯔배 우승으로 너무 진을 뺀 탓인지 며칠전 원익배서 허영호에 패배한 데 이어 이번까지 국내기전 예선에서 두 경기 연속 고배를 마시자 그 길로 바로 이발소에 달려가 삭발,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한국일보와 바둑TV가 공동주최하고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하는 제37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본선대국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지며 사이버오로와 바둑TV(오후 1시부터)에서 생중계한다.
21일 김지석-홍성지, 23일 이창호- 최명훈 격돌
다음주 명인전 본선 대국은 21일에 A조리그에서 김지석과 홍성지가 대결하고 23일에는 B조에서 이창호와 최명훈이 맞붙는다. 연초에 14연승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 물가정보배 결승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다시 10연승째를 올린 김지석의 연승행진이 계속 이어질 지 관심을 모은다.
또한 1975년생 토끼띠동갑으로 어릴 때부터 친한 사이였던 이창호와 최명훈의 대결 역시 흥미롭다. 작년에는 최명훈이 한국바둑리그서 이창호를 이겼고 명인전 본선에서는 이창호가 이겨 1승1패를 기록했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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