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초과 근속자의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일선 기업들이 '전원 해고'보다는 선별 전환이나 우회적 고용유지 등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공기업이나 대형 사업장의 해고 사태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대부분이 고용된 중소 사업장에서는 당초 우려했던 수준의 해고 대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일보와 취업포털 커리어가 전국 212개 민간업체를 조사한 결과, 7월1일 이후 '2년 초과' 비정규직을 전원 해고한 곳은 15.6%(33개)에 불과했다. 또 개별 근로자에 따라 해고나 정규직 전환을 달리 적용한 경우(36.9%ㆍ76개)에도 계약해지 비율은 50%대에 머물러, 법 시행 이후 실직한 비율은 10명 중 3명 수준(30~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부 추정치(70%)의 절반에 불과한 것인데, 대다수 기업이 극단적 대응보다는 유연하게 행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원 해고' 또는 '전원 정규직 전환'(10.8%ㆍ23개) 비율은 26%에 불과한 반면, '선별 전환'이나 고용 형태 전환, 파견업체 변경 등으로 일자리를 유지(31.6%ㆍ67개)한 기업이 전체의 70%에 육박했다.
노동부 조사는 '해고'와 '전환' 여부만 따지기 때문에, '중간 지대' 기업의 움직임이 배제돼 해고율(16일 현재 71.8%)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접촉한 1만1,104개 기업 중 응답 비율은 10%인 1,000여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 '중소기업일수록 해고 위험이 크다'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예상과는 달리, 종업원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유연 대응 비율이 높고 해고 비율은 낮았다. 500인 이상 기업의 유연 대응 비율은 58%인 반면, 50인 미만 기업은 79%에 달했다.
경력 20년인 노동부의 한 실무자는 "소규모 기업은 사업주와 근로자의 인간적 유대가 상대적으로 높고, 정규직ㆍ비정규직 구별이 애매해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은 여론을 의식해 경직적으로 대응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숙련 노동력 유지'와 '고용 안정'을 매개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기업의 63.2%는 사용기간 제한 규정의 시행 유예나 기간 연장 등 현행 법의 조속한 개정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전원 해고하겠다'는 비율도 31.1%로, 이미 전원 해고한 곳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또 70% 기업이 정부가 내놓은 정규직 전환 지원금 수준(연간 155만원)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조사는 해당 기업 인사 담당자가 이메일 설문에 답하는 형태로 진행됐으며, 고용규모 50인 미만 업체 63개, 50~100인 54개, 100~500인 64개, 500인 이상 31개가 참여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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