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면세점 명품 구매기록 등이 유출된 경위를 검찰이 내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면세점 구매기록은 개인의 사생활 정보인 만큼 함부로 유출해서는 안 되는 자료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공직 후보자의 도덕적 결함을 밝히는 데 쓰였다면, 국가기밀도 아닌 자료를 유출한 행위의 불법성을 굳이 따져야 옳은지 애매하다. 검찰의 내사설은 이런 사리와 자신들의 처지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졸렬한 짓이라는 인상부터 준다.
전례 없는 총장 후보자의 낙마로 검찰과 정부가 처한 어려움을 부추긴 논란의 발단은 자료를 입수해 활용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검찰과 국정원이 관세청을 상대로 제보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보자 보호를 위해서인 듯 구체적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천 후보자가 검사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은 그의 사퇴 직후 관세청에 전화로 자료관리 상황과 박 의원 접촉사실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의 발언으로 미뤄, 천 후보자가 유착관계인 사업가와 부부동반으로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오고 부인이 명품 가방을 구입한 자료는 관세청 내부의 제보 또는 협조로 유출된 듯 하다. 검찰이 "국가기관에서 관리하는 사생활 정보를 불법 유출한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고 나선 것은 언뜻 타당하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일도 주변 정황과 파장을 잘 헤아려야 한다. 임명권자까지 곤혹스럽게 만든 처신으로 총장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제보자를 찾겠다고 부산을 떠는 것은 스스로 화를 더치는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국가기관은 내부자료가 정상 경로를 통하지 않고 유출됐다면 경위를 파악해 나름대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해당 기관의 일이다. 검찰에게 무엇보다 급한 것은 온 국민이 혀를 차게 만든 참담한 사태에 자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치사찰' 의혹까지 거론한 것은 과장됐지만, 그 때문에 빌미를 제공한 졸렬한 행태를 더욱 꾸짖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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