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국회에서의 여야 대치 구도는 표면상 계속됐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반대' 발언으로 인해 정치적 국면은 복잡미묘하게 흘러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일제히 본회의장에 입장, 동시 점거농성을 재개했다. 오전 8시10분께 한나라당 의원 70여명이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을 일시 점거했다가 물러난 게 발단이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오전 8시 민주당이 의장석을 점거한다'는 정보에 따라 본회의장으로 전격 의원소집령을 내렸지만 막상 가 보니 보초를 서기로 했던 민주당 의원 3명만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오전 8시45분께 원내부대표들만 남기고 철수했지만 여야의 신뢰는 완전히 깨졌다. 한나라당 의원 150여명은 오전 9시 의원총회가 끝난 10시께 본회의장에 입장했고, 이날 오후 3시 의원총회가 잡혀 있던 민주당 의원들도 부랴부랴 본회의장에 속속 집결했다.
그 뒤론 여야 모두 전면대치 상태로 되돌아갔다. 한나라당이 '20일 직권상정에 따른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전격 선언한 뒤 오전 10시30분께 열린 여야의 협상은 요식행위에 가까웠다. 안 원내대표는 "오후 5시까지 민주당의 새로운 제안을 가져 오라"고 압박했고,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특정 언론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자기네 기준에 맞춰야 협상을 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며 등을 돌렸다.
이 와중에 국회 사무처가 오전 10시30분을 기해 국회 본관 출입제한 조치를 취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에게 의사일정 협의를 즉각 완료하라고 촉구하면서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됐다.
강행처리 쪽으로 질주하던 한나라당 분위기는 그러나 오후 들어 "미디어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급랭했다. "사실상 강행처리가 물건너간 것 아니냐"며 술렁거리는 모습이었다.
친박계 홍사덕 의원이 "야당과 협상할 시간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이지 직권상정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고 박 전 대표 발언을 정정하면서 혼란은 더 극심해졌다. 급기야 안 원내대표는 '내일 오전 10시 민주당과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직권상정 결단이 목전에 와있음을 시사했던 김형오 의장은 박 전 대표 발언으로 다시 장고 모드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김 의장은 이날 새벽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네잎 클로버(미디어법) 찾는답시고 화단(국회) 다 망친다"고 밝혀 직권상정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발언이 알려지자 의장실 관계자는 "새로운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 만큼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가 이날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최후의 방어선을 쳤다. 오후 열린 의총에서도 삭발이나 단식농성 불사 등의 강경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뭔가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번져가는 분위기다.
김영화기자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