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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천사의 게임' 책이라는 운명에 포박된 청년의 굴곡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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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천사의 게임' 책이라는 운명에 포박된 청년의 굴곡 인생

입력
2009.07.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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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ㆍ송병선 옮김/민음사 발행ㆍ전2권(각 436쪽,327쪽)ㆍ각 권 1만3,000원, 1만2,500원

"네가 보고 있는 각각의 책은 모두 영혼을 지니고 있어. 그 책을 쓴 사람의 영혼뿐 아니라. 그 책을 읽었고 그 책과 함께 살았고 꿈꾸었던 사람들의 영혼도 가지고 있어."(2권 349쪽)

책과 한 인간의 운명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바람의 그림자> 로 스페인 최고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45)의 신작 <천사의 게임> 역시 '책'이라는 운명에 포박된 한 청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무대는 20세기초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들이 책을 읽으려 할 때마다 구타를 일삼는 문맹의 아버지에게 시달리는 청년 다비드가 주인공이다.

귀족 페드로를 경호하던 아버지가 살해되자 페드로가 운영하는 신문사 사환으로 취직하면서 다비드의 운명은 요동친다. 그의 문재를 알아본 페드로 덕택에 다비드는 삼손이라는 필명의 대중작가로 데뷔하고 성공을 거둔다. 청년의 앞길은 그러나 시험의 연속이다. 파리의 한 출판업자를 자처하는 안드레아스 코렐리라는 사내가 나타나 "모든 이의 마음과 영혼을 바꿔놓을 힘을 지닌 책을 쓴다면 거액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답변을 주저하던 다비드는 신작이 실패하자 코렐리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인다.

작품은 다비드와 여인들의 이룰 수 없는 러브 스토리, 미스터리물을 연상시키는 살인사건, 책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질문,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이야기 구조 등이 짜임새있게 결합돼 흥미와 미학적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고 있다. 번역본이 거의 800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이야기꾼으로서 사폰의 솜씨는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2008년 스페인에서 출간될 당시 사상 처음으로 초판만 100만부를 인쇄, 스페인 출판계의 기록을 깨뜨렸다. 소설의 끝부분에 전작 <바람의 그림자> 에서 사건을 이끌어가는 공간인 '잊혀진 책들의 묘지'가 나오는 등 연속성을 갖고 있지만 전작보다 스케일이 크고 얼개가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역자인 송병선 울산대 교수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바람의 그림자> 에서 독자들과 책에 대한 사랑을 함께 나누었다면, <천사의 게임> 에서는 글쓰기의 기술과 그 사랑을 함께 나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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