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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운암초교 아이들 영화활용 교육 도입 뒤 신바람·창작열 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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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운암초교 아이들 영화활용 교육 도입 뒤 신바람·창작열 넘실

입력
2009.07.1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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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대구 북구 구암동 운암초등학교.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의 영화 제작과정을 담은 사진과 포스터 등이 빼곡히 걸린 2층 복도에서 몇몇 학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영화는 몇 등 하겠노?"(박준호군) "부산에서 하는 영화제고, 현장투표도 반영한다니까 그 쪽 학교가 유리하겠지 뭐."(신보경양) '우리 영화'란 6학년 6반 30여명의 학생들이 모두 참여해 만든 10분짜리 영화 '실종'이다. 이 작품은 8월 14∼18일 열리는 제4회 부산 국제어린이영화제에 출품돼 초등창작영화 경쟁부문 '레디 액션' 본선에 당당히 진출했다.

'실종'은 가정불화로 심한 우울증을 앓던 아이가 같은 반 친구를 납치한다는 내용. 시나리오를 쓴 정유정양은 "어린이 납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친구간 우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3월부터 매주 금요일 1시간씩 머리를 맞대고 시놉시스와 시나리오를 썼다. 콘티 작업과 소품 제작 등 석 달 가까이 준비한 끝에 5월 26일 촬영을 마쳤다.

"납치범을 연기한 (최)민수가 범행이 드러나 흐느끼는 장면에서 NG를 많이 냈지만 다들 연기를 잘 했어요." 감독 강민균군의 총평이다. 6㎜ 보급형 카메라로 촬영을 맡은 김진우군도 "(유)혜지가 실종 신고를 하러 뛰어가는 모습을 찍을 때 카메라가 흔들려 고생했지만 촬영 내내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부산 어린이영화제 본선에 오른 작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미래와의 한판 대결'과 '슬픈 만우절', '3인방의 최후', '3일간' 등 6학년 작품 5편이 모두 본선에 올랐다.

본선 진출작 20편 중 4분의 1을 운암초교에서 낸 것. 각각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전학가는 친구와 추억 만들기, 전근가는 교사와 학생들간 정을 그린 이들 작품에는 사회 이슈를 바라보는 학생들 나름의 시각이 녹아있다.

운암초교가 '미래 영화인의 산실'로 탈바꿈한 것은 2005년. 대구시교육청에서 영화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재량활동 등에 '영화활용교육'(Movie In Education)을 도입했다. 1~4학년은 영화 기초이론을 배우고, 5, 6학년은 해마다 영화 한 편을 만든다.

영화의 앞, 뒷부분만 보여주고 중간 시나리오를 상상으로 엮어 발표하는 MIE를 통해 아이들의 문장력, 발표력도 덩달아 좋아졌다.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시나리오나 연출, 촬영, 연기 등 저마다의 특기를 찾아간다.

운암초교는 매년 10월 운암창작영화제를 열어 학생들의 창작열을 북돋아주고 있다.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해 부산어린이영화제에서도 3편이 본선에 올랐고, 올 1월 한국영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아르떼 1018영화제'의 UCC 공모전에서도 우수상을 받았다.

학생들의 열의는 대단하다. 지난 5월 왕따 학생에게 찬물을 퍼붓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영화교육담당 배미화(30) 교사는 서늘한 날씨를 감안해 시늉만 내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과감하게 물을 퍼붓고 맞았다. 배 교사는 "액션 장면에선 식용색소로 만든 피를 얼굴에 묻히고 쓰러지면서도 좋아했다"며 "영화 만들기가 학교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배 교장은 "영화 덕에 인근에서 전학 오고 싶은 학교 1순위로 꼽힌다"면서 "어떤 학부모는 자녀를 '대구의 8학군'으로 불리는 수성구로 전학시키려다 영화 때문에 포기하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글·사진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김강석 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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