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막바지에 이르러 '처리_ 저지' 대결로 굳어졌다. 민주당 주장대로 '합의 처리'를 위해 정기국회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지난 8개월 동안의 경과는 그것이 무의미함을 확인시켰다. 어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행처리 반대 뜻을 강하게 밝혔지만, 미디어법 자체에 대한 자세보다는 다른 정치적 함의에 더 많은 눈길이 끌린다.
여야의 정치적 고려가 너무 뚜렷해서 딱히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미디어법에 매달려 국회가 사실상 장기 공전하면서 의정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이제는 어느 쪽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우리는 여야의 미디어법 대결이 정치공방전이 아니라 실질적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영상매체의 존재형식과 방송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는데도 해묵은 법제에 묶여 시장 변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다양한 영상매체에 담아보낼 '내용물' 생산이 과점 상태에 묶여 있다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었다. 여야의 논쟁은 이 두 가지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되, 사회 일각에 명백히 존재하는 정권과 대기업, 보수신문의 '방송 장악' 우려를 최대한 덜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다투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론장악 음모'를 축으로 한 정치ㆍ이념 논쟁으로 점철됐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그대로 굳어졌다. 막판에 민주당이 내놓은 대안도 방송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일부 내용을 빼고는 현행 방송체제 유지가 핵심이었다. 이런 수준의 무용한 논의보다는 차라리 현수준에서 여야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폭의 수정안을 각각 내놓고, 국회의 의사처리 절차에 따르는 게 낫다.
의석 분포로 보아 정상적 표결 절차는 여당에 유리하다. 또 야당이 의존해 온 실력저지도 더 이상의 국회 추태를 바라지 않는 여론의 제약을 받고 있다. 다만 새 미디어법이 빚을 문제는 전적으로 정부ㆍ여당의 책임이다. 여당이 야당의 자세를 빌미 삼아 박 전 대표의 '사후 지분 규제' 등 다양한 수정안을 내팽개치고, 원안으로 되돌아가 강행 처리하려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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