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올해로 20년. 분단의 역사를 지우고 싶어서 였는지, 독일인들은 장벽을 대부분 철거한 채 극히 일부 구간에만 남겨두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많은 독일인이 당시를 기억하며 장벽 구조물을 평화의 상징으로 남겨두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16일 보도했다.
베를린 장벽은 동독 정권이 동독인의 서독 탈주를 막기 위해 1961년 황급히 건설한 콘크리트 담장으로 총연장이 155㎞에 달했다. 장벽을 넘어 동독으로 탈출한 사람은 5,000명에 이르며 장벽을 넘다 사살되거나 사고로 죽은 사람도 254명으로 추산된다. 독일인에게 베를린 장벽은 그만큼 아픈 역사의 흔적이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1989년 통독 이후 담장 부근에 자전거 길을 내는 등 새 도시 건설에 주력했으며 그 결과 베를린 장벽은 현재 약 3㎞만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 베를린 장벽 잔해 제거를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 세대의 역사 교육을 위해 분단 현장을 보여줄 수 있는 장벽을 그냥 뒀어야 했다는 것이다. 잔존 구간 보전에만 머물게 아니라, 일부 구간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다.
독일 코트부스 기술대학의 레오 슈미트 교수는 "젊은이들은 독일이 왜 동서독으로 분리됐고, 어떤 노력 끝에 지금과 같은 평화를 이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며 "평화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유산인 장벽이 남아있다면 젊은 세대가 독일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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