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순께로 전망되는 개각에 쏠리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이번 개각이 단순히 각료 충원에 그치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진로, 역학구도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고도의 정치적 선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구상들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망은 쉽지 않다. 다만 이 대통령이 최근 던졌던 발언들, 힘주어 강조해온 포인트들을 퍼즐 맞추듯 모아보면 개각의 밑그림이 어슴푸레 눈에 들어온다.
세대교체와 화합모드
이 대통령은 기수를 확 낮춰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고, 국세청장에도 전혀 세정경험이 없는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앉혔다. 세대교체와 분위기 쇄신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기조가 개각에도 이어질지에 대해선 양론이 있다. 천 전 후보자 낙마로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인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쇄신과 세대교체 기조는 그대로 가고 검증이 더 철저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은 편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 대통령이 최근 중도 강화론과 서민정책,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 강화나 서민 중시는 정책기조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현 내각을 크게 바꿔야 한다. 여기에다 소통을 보다 강화하겠다면 정치인 입각이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화합의 메시지까지 담고자 한다면 친박이나 다른 정파의 인물들을 발탁할 수 있다.
특히 충청권과의 연대는 정치구도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테마다. 현재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총리설이 나오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손 잡는 게 유리할지를 놓고 자유선진당 내 계산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도 변화 없이 충청권을 끌어안는 차원에서 충북 제천 출신의 이원종 전 충북지사, 이완구 충남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거명된다. 지역화합을 도모한다면 호남 출신인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강현욱 전 농림부 장관 등도 거론된다.
잠룡 배치로 여권 구도변화 도모할 수도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개각이 여권 내 역학구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잠룡(潛龍)들을 입각시킨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도 집권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정동영 김근태 의원 등 대선주자들이 장관에 기용됐고 나중에는 유시민 전 의원도 입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정몽준 최고위원의 외교통상부 장관, 홍준표 의원의 노동부 장관 기용설이 나온다. 또 세대교체의 상징성까지 담는다면 원희룡 의원도 거명된다.
공직경험이 있는 임태희, 최경환 의원은 지경부 장관에 이름이 오르고 있고 장윤석, 이범관 의원의 법무장관 기용설이 꾸준히 나온다. 특히 최 의원이 입각하면 친박과의 화합에도 일조하는 효과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정무장관이 신설될 경우 김무성 의원이 우선 물망에 오르며 충청 출신인 정진석 의원도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16일 친박 의원 입각설에 대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고 선택받은 분이 개인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관료사회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선택도 할 수 있다. 난제가 첩첩이 쌓인 교육부 장관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나 이재오 전 의원을 앉혀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얘기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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