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상 초유의 수뇌부 집단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업무 마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휘부 공백 이틀째인 16일 검찰은 "비상체제에 돌입했지만 일선 검찰청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평시와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형사부나 공판부의 경우 경찰의 수사사건을 넘겨받아 처리하거나 공소유지를 맡는 등 일상적인 업무를 다루고 있어 별다른 문제 없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수ㆍ공안 분야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이들 부서의 사건은 대부분 '중요 사건'으로 분류돼 지검장이나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방향을 지휘하고 수사결과도 최종 승인하게 된다. 수뇌부 공백의 파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발을 당한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 수사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고발된 전직 청와대 비서관ㆍ행정관 등 관련자들에 대해 조사를 모두 마쳤지만, 아직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후임 총장 임명 이후에야 최종 승인을 얻어 기소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 광고주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하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에 대한 수사 역시 지난달 30일 김성균 대표를 소환 조사하고도 이후 뚜렷한 진척이 없다. 또 지난해 12월 경찰에서 송치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기소 시점을 정하지 못한 채 수뇌부의 장기간 부재로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피의자 조사 등의 업무는 보통 때처럼 진행할 수 있어도 수사결과 처리방향이나 새로운 수사의 착수여부 결정은 현재로선 가타부타 말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후임 검찰총장 후보자 내정과 인사청문회, 임명에 이어 후속 인사 시점까지 감안하면 이러한 '업무 공백'은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업무 차질의 장기화가 자칫 범죄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검사들의 동요를 감지한 탓인지 김경한 법무장관은 전날 대검 간부들을 찾은 데 이어, 이날도 서초동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급 간부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흐트러짐 없이 검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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