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서민을 위한 정치'라는 깃발을 들고 '부자 내각, 부자 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돌며 상인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사교육비 대책을 독려하는 등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박희태 대표는 "한나라당은 부자 정당이 아니라 서민들을 부자로 만드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국민 속에 심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빈나특위'의 초선의원들
출범한 지 17개월이나 되는 정권이 새삼스럽게 '서민 타령'을 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았으니 다행이다. 한나라당은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와 여당의 '서민을 위한 정치'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고, 위기 돌파를 위한 슬로건 정도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초선의원 76명이 참여하여 발족한 '빈곤 없는 나라 만드는 특별위원회'(빈나특위)를 주목하면서 이 모임이 서민정치의 원동력이 되고 보수정당의 소금이 되기를 기대한다.
'빈나특위'의 위원장을 맡은 강명순 의원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18대 국회에 진출했다. 30여 년 동안 빈민운동을 해 온 그가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 의원이 됐다는 것은 어색하게 보였다. 많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직에 함몰되어 뜻을 펴지 못하고 임기를 끝낼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의원이 된 지 1년여 만에 '빈나특위' 위원장으로 등장한 그는 30여 년간 슬로건으로 삼았던 '빈민 없는 나라'의 꿈에 한 발 다가섰다.
'빈나특위'에 초선의원이 76명이나 참여하고 중진의원 16명이 고문을 맡았다는 것은 일단 성공적인 출발로 보인다. 그러나 정말 성공하려면 빈민을 돕는 정책이 계속 나와야 한다. 특위는 빈곤 아동 청소년 여성 팀, 빈곤 노인 장애인 팀, 빈곤 청년 대학생 팀, 농산어촌 탄광지역 빈곤문제 해결 팀 등 12개 팀을 만들고 팀 별로 현장을 돌면서 정책 개발과 입법방향을 연구할 것이라고 한다.
초선의원들이 빈곤의 현장을 둘러보고 정책을 고민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최근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던 것은 이 나라의 파워 엘리트들이 아직도 저런 수준인가 라는 점이었다. 그 동안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게 높아졌고, 경종을 울리는 수많은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촉망 받던 엘리트의 행태가 너무나 구시대적이라는 사실이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민생 위주의 정치는 정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구시대적인 악습을 거부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서민정치를 외치는 것은 위선이고, 성공할 수도 없다. 진정으로 서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관례라는 이름 아래 악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빈민들의 희망이 죽지 않게
민생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민생은 정치에서 항상 1순위가 되어야 한다. 보수도 진보도 민생을 튼튼하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지난 10년간 야당 노릇을 하면서도 오랜 여당의 체질을 바꾸지 못했던 한나라당에게는 서민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변화가 시급하다. 그 변화는 양심적인 보수, 썩지 않는 보수, 미래가 있는 보수가 되기 위한 필수코스다.
비례대표 1번이 상징으로 끝나지 않고 생산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빈민운동의 현장에서 품었던 간절한 꿈이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강명순 의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나라당은 부자정당도 서민정당도 아닌 시대정신과 양식이 지배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빈나' 실험이 성공해야 한다. 빈곤 없는 나라는 없지만 양심과 양식을 가진 여당과 정부가 있다면 빈민들의 희망이 죽지 않을 것이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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