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꿈에 그리던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신부가 받을 감동을 상상해 보세요. 그 날의 풍경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해주는 버팀목이 될 겁니다."
미국에서 리넨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영송 마틴(51ㆍ한국명 송영숙)의 성공 비결은 여성의 섬세함이었다. 1970년대 도미,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200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렌지카운티에 1인 기업 '와일드플라워 리넨'을 설립해 현재는 직원 40여명, 연 매출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웠다.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 스타들이 그의 고객이며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각종 시상식의 애프터 파티를 연출했다.
그의 주요 업무는 결혼식, 생일 등 파티가 있을 때 테이블과 의자 등에 어울리는 리넨 원단을 디자인하고 연출하는 일. "모든 행사 공간의 주제는 리넨의 컬러와 디자인으로 정해진다"는 그는 특히 화려하게 꾸민 결혼식 리셉션 스타일링으로 주목을 받았다. "신부가 단지 예식의 참석자가 아닌 행사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신부가 원하는 스타일을 뽑아낸 것이 주효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 왔다. 지난달 롯데호텔서울과 웨딩 컨설팅 업무 제휴를 약속한 그는 1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웨딩쇼를 열었다. 미국 상류층 스타일의 테이블과 꽃 장식 등 '와일드플라워 리넨'의 파티 데코레이션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19일에는 그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스타일링을 총괄한, MBC TV 프로그램 '무한도전' PD 김태호씨의 결혼식이 열린다.
배우 제니퍼 로페즈의 생일 파티용 리넨을 제작하던 중 방한했다는 그는 "한국의 결혼식에도 축제 분위기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본래 한국식 혼례는 참석한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는 축제 한마당이 아니었던가요? 지금은 너무 정형화되고 형식적인 혼례 문화가 굳어진 느낌이에요. 좀 더 화려하고 즐겁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죠."
그는 고급 원단으로 드레스를 응용한 디자인의 의자 커버를 씌우는 등 틀을 깬 공간 장식으로 미국 현지 언론과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적절한 장소에 배치됐을 때 생명력을 얻고 최고의 아름다움을 뿜어낸다"면서 "이로써 참석자들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이것이 파티의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결혼식 같은 큰 행사가 아닌 소규모의 가정 모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늘 있는 모임이라고 해서 음식 차리는 데에만 급급하지 말고 초대장을 예쁘게 손수 만들어보거나, 동대문시장에서 산 원단으로 직접 식탁보를 만들고 양초만 준비해도 초대 받은 이들은 정말 특별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포도나 복숭아, 칵테일로 센터피스(식탁 위 중앙 장식물)를 대신하는 것도 얼마나 근사한지 몰라요."
그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가 된 것보다 미국의 웨딩 문화를 바꾼 사람으로 불리고 있는 게 기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차가운 결혼 문화를 축제 분위기로 만드는 시도를 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꿈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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