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납세 유예 등으로 걷히지 않은 증여세가 전년보다 3배 이상 폭증했다. "부동산 가격 급락, 주식시장 폭락으로 증여 받은 재산을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작년에 부자들이 증여를 대폭 늘린 이유 또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한 틈을 타 절세를 하기 위한 것. 과세당국이 '얌체 증여'에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과된 증여세 중 납세유예 등으로 미수납된 금액은 5,712억원으로 2007년(1,719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증여세 미수납액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산가격 폭락 탓. 상당수는 증여받은 재산을 현금화해서 세금을 내는데, 증여받은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급락해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징수를 유예해 준 것이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이들 부자들이 자녀들에게 증여를 대폭 늘렸던 것도 자산가격 급락 때문. 똑 같은 주택과 토지, 똑 같은 주식이라도 가격이 급락했을 때 증여를 해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탓이다. 시중은행 한 프라이빗뱅커는 "이번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상당수 부자들이 절세 방법 중 하나로 증여를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렇게 증여건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증여 대상이 되는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지난해 증여세 전체 세수는 1조5,954억원으로 2007년(1조7,829억원)보다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08년 세입ㆍ세출결산 검토보고'에서 "증여 시점은 증여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경기침체에 따른 재산가치 하락은 증여세 부담을 감소시킨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증여세 납세유예 확대가 증여세 부담을 회피하는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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