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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요리·연애 '타이밍이 1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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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요리·연애 '타이밍이 1원칙'

입력
2009.07.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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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월간지의 인터뷰 자리에서 "연애와 요리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순간 속으로 생각을 했다. 재료, 조리 도구, 요리 실력 모두가 요리에서는 중요한데, 연애와는 어떻게 닮은 것이지?

우선 식재료에 빗대어 보면 연애의 재료는 사람이다. 어떻게 생겼고, 무얼 잘하는 사람이며, 나이가 몇 살이고 하는 등의 부가 설명이 그 사람을 대강 파악하게 해 준다.

재료 좋고, 여기에 조리 도구까지 훌륭하면 멋진 요리가 완성될 확률은 높아진다. 연애에서는 좋은 성격으로 일군 인맥이나 형제간의 우애, 차곡차곡 쌓아온 경제력이나 명예 혹은 자신감 등이 연애에 가속을 붙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리 실력까지 겸비되면 맛에 대한 기대치가 더해진다. 연애 잘하는 사람들을 두고 흔히 '밀고 당기기'를 잘한다고 하는데, 그 '밀고 당기기'가 요리로 치면 불 조절에 해당하겠다. 강한 불로 끓이다가, 약불로 졸이는 일을 하다 보면, 요것이 참 사람 마음 대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종종, 훌륭한 식재료에, 조리 도구도 멀쩡하고 불 조절까지 잘했는데 맛없는 요리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바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중요한 계약을 앞둔 그를 위해 콩나물국을 끓이고 있었는데, 정말 정성스레 우려 낸 육수가 아까울 사건이 일어났다.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여자는 "콩나물국은 너무 쉽잖아요"라 말하지 않나. 그렇게 쉬운 초간단 레시피 콩나물국인데, 밥 뜸이 덜 든 상태에서 급히 콩나물을 넣어서 너무 말캉하게 익어버렸고, 간장으로 간하는 타이밍도 너무 빨랐던 것이었다.

난 정말 '완벽한' 콩나물국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무언가 한 끝 못 미치는 맛으로 아침 밥상이 마무리되었다. 마음이 너무 앞서 침착하지 못했든지, 자신있는 메뉴라 방심했든지 이유야 어쨌든 아침부터 땀 흘리며 밥상을 차린 사람으로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맞다, 요리든 연애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서로를 만나는 타이밍, 국에 간장을 넣는 타이밍, 간장을 그만 넣을 타이밍, 당신이 소중하다고 알려줄 타이밍. 그러니까 요리와 연애의 공통점은 타이밍을 감지하려면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 세상에 쉬운 것이 하나 없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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