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 인권운동가 나탈랴 에스테미로바(50ㆍ사진)가 15일 숨진 채 발견됐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경찰은 에스테미로바가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 체첸에서 피랍된 것으로 미뤄 특정 세력에 의한 암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러시아 내무부는 "에스테미로바의 시신이 잉구셰티야의 숲에서 발견됐다"며 "두부와 흉부 등에 총격을 받은 흔적이 있으며 15일 오전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체첸 출생으로 1998년까지 평범한 교사로 있던 에스테미로바는 1999년 2차 체첸 전쟁 당시 민간인 피해를 고발하면서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러시아 군대와 체첸 군벌이 자행한 납치와 고문, 살인 등 각종 인권침해 사례를 추적, 고발해 스웨덴 정부와 유럽의회가 수여하는 인권상과 2007년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상을 노벨 여성회로부터 받기도 했다.
그의 이력으로 미뤄볼 때 이번 사건 역시 에스테미로바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는 보고 있다. 그가 생전 활동한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얼은 아예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메모리얼 측은 "카디로프는 오래 전부터 에스테미로바를 협박, 모욕했으며 심지어 그를 적으로 간주했다"고 주장했다.
에스테미로바는 주검으로 발견되기 몇 시간 전 잉구셰티야와 인접한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3개월 전에는 체첸 내무부에서 취조를 받기도 했다. 에스테미로바의 친구였던 러시아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도 체첸 인권문제를 집중 보도하다 체첸에 의해 2006년 암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친러시아계로 알려진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은 이슬람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인권탄압을 자행해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서 인권활동가의 피살이 잇따르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소재를 규명, 범인을 사법처리 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예지 부제크 유럽의회 의장도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에스테미로바를 살해한 범인이 반드시 처벌 받도록 하겠다"며 "범인이 곧 체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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