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장을 동시에 점거하는 꼴불견이 이틀째 계속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도 국회 파행의 책임을 네 탓으로 떠넘기는 데만 열을 올렸다. 6월 국회가 끝나는 25일까지 현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런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중재 시도에 나섰다. 이날은 민주당의 반대로 결렬됐지만 김 의장의 제안에 대해 양당이 의원총회를 거친 뒤 이르면 17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협상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25일인 회기를 31일로 연장하고 한나라당안과 민주당안을 제외한 자유선진당안, 창조한국당안, 박근혜안을 놓고 충분히 논의한 후 표결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측의 '표결처리'와 민주당 측의 '회기연장' 주장을 반영한 일종의 절충안이었다.
이에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31일 표결처리를 전제할 경우 지난 100일 간의 미디어법 여론수렴 과정처럼 시간만 보내고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표결처리 대신 '합의처리'를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표결처리라는 김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 조건이 없으면 회기 연장에 응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표결처리 약속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맞섰고, 김 의장은 "왜 그렇게 의장의 충정을 모르냐"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전날 소속의원 10여명이 본회의장에서 밤을 지샌 데 이어 이날도 의원들을 교대로 투입하는 '작전'을 펼쳤다. 이들은 자리에 앉아 상대방의 움직임을 경계할 뿐 의장석을 점거하는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여야 지도부의 수 싸움이 계속되면서 점차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여야 지도부는 장외에서 본회의장 점거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본회의장을 불법 점거한 뒤 안에서 문을 잠그고 몸을 로프로 묶어 10여일 동안 점거한 전례가 있다"며 "우리는 점거가 아니라 민주당의 폭력점거 사태를 감시하기 위해 비상대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상임위별로 본회의장을 점거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본회의장을 빠져 나올 입장이 아니었다"며 "한나라당의 속셈은 방송과 언론을 장악해 장기집권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형오 의장은 17일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열리는 제헌절 61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본회의장 농성을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양당은 이날 밤부터 제헌절 행사가 끝날 때인 17일 정오까지 본회의장에 각각 원내부대표 2명씩만 남기고 다른 의원들은 철수하는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그나마 본회의장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제헌절 기념식과 점거 농성이 동시에 진행되는 진풍경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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