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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61> 금호석유화학덕에 희망찾은 '영락애니아의 집' 백민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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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61> 금호석유화학덕에 희망찾은 '영락애니아의 집' 백민권군

입력
2009.07.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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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권아, 아~ 해 보렴. 옳지, 잘 먹네. 우리 민권이 짜증도 안 내고 잘 웃으니까 엄마가 너무 기분이 좋아." 여섯 살 민권이가 손가락을 쥐락펴락하며 엄마(생활보조교사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사)에게 환한 미소를 보낸다. 서울 용산의 장애아동 요양시설 '영락애니아의 집'.

영락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이 요양시설에는 중증뇌병변(뇌성마비) 장애어린이 38명이 모여 산다. 민권이는 이곳에서 막내다. 민권이의 별명은 '살인 미소'. 늘 생글생글 웃기 때문에 엄마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민권이가 '살인 미소'라는 별명을 갖게 된 데는 '맞춤형 휠체어'가 큰 몫을 했다.

민권이가 올해 초 이 곳을 찾을 때만 해도 휠체어가 없었다. 일상의 대부분을 누워 지내야 했다. 일어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작은 손짓, 발짓 하나도 너무 힘겨웠다. 그러다 보니 표정도 지금처럼 밝지가 않았다.

그런 민권이에게 올해 4월 17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민권이는 이날 자기 만의 휠체어, 그것도 자신의 몸에 꼭 맞게 만들어진 휠체어를 만났다. '아름다운 만남, 아름다운 동행'을 슬로건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펴온 금호석유화학이 장애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휠체어를 만들어 기증한 것이다.

올해 2월 초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와 파트너 십을 맺은 금호석유화학이 첫 번째 지원사업으로 '맞춤형 휠체어'를 택한 것은 뇌성마비 아동에게 휠체어가 없으면 '평범한' 생활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 부담 탓에 많은 장애아에게 휠체어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몸이 부쩍 자라는 나이인데다 체형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적어도 1~2년에 한 번은 휠체어를 바꿔줘야 하는데, 대당 가격이 최소 수백 만원에 이르다 보니 대기업 임직원들 입장에서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우선 민권이를 비롯해 영락애니아의 집에서 맞춤형 휠체어가 꼭 필요한 장애아 10명을 추천 받았다. 그리고 2월 초부터 장애인보호장구 제작업체 'R&A테크'와 손 잡고 맞춤형 휠체어 제작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기존에 쓰던 스폰지 대신 금호석화가 만드는 PPG(폴리프로필렌글리콘)를 원료로 사용했다.

PPG는 쿠션이나 플라스틱을 만들 때 쓰이는 소재로, 스폰지보다 가볍고 탄력이 뛰어나 자세를 유지하고 보정하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 환기나 통풍도 더 잘 된다.

문제는 몸이 비틀어진 장애아들의 체형을 정확히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제작진은 뼈가 튀어나오고 들어가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맞춰서 틀을 떴고, 손으로 일일이 기본 형태를 만들었다. 조금만 어긋나도 장애아들의 생활 전체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점검에 점검을 거듭했다고 한다.

기본 틀 제작에 이어 커버를 씌우고 조립까지 끝내는데 2달 가까이 걸렸다. 드디어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민권이 등 장애아 10명은 자기 몸에 꼭 맞게 만들어진 휠체어에 올라 앉았다. 뼈나 근육이 없어서 서기 조차 힘든 장애아들을 위한 체형 보정기구(스탠더) 2대도 함께 설치됐다.

맞춤형 휠체어를 만난 이후 장애아들의 일상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민권이를 돕고 있는 사회복지사 정은호(27)씨는 "민권이가 너무 밝아졌다"고 했다. 짜증 한 번 없이 하자는 대로 잘 따라준다는 것이다.

간식을 먹다가도 마음대로 안 된다 싶으면 얼굴을 찡그리고 몸을 비틀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몸도 마음을 따른다고 했던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소화 기능이 좋지 않아 먹는 족족 토해서 엄마들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이제 더 이상 문제 될 게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민권이는 지난달 휠체어를 타고 난생 처음 기차 여행을 떠났다. 형, 누나들과 기차를 타고 충남 대천 바닷가에 놀러 가서 넘실거리는 파도도 보고 도시락으로 챙겨 간 김밥도 나눠 먹었다. 휠체어가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정씨는 "민권이가 이렇게 기뻐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맞춤형 휠체어가 만들어 낸 행복 바이러스는 영락애니아의 집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일반 휠체어를 타면 감정을 표현하기가 힘들어 아이들이 금세 짜증을 내거나 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지금은 편안한 자세로 3~4시간은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여유가 훨씬 많이 생겼답니다." 장은희 원장(54)의 설명이다. "여유가 생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친구들을 챙기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생기더군요. 자기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장애아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니, 사회복지사들과 시설 관계자들도 덩달아 힘이 솟는다. 덩치가 큰 장애아들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노덕용(29)씨는 "맞춤형 휠체어?경우 장애아를 들어서 옮겨도 몸에 쏙 맞게 고정되기 때문에 힘이 절반 밖에 안 든다"면서 "무엇보다 장애아들의 밝은 모습을 보는 게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회사가 만든 원료로 직접 제작한 휠체어가 장애아들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맞춤형 휠체어를 포함해 장애인용 보장구 보급 사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금호석유화학의 사회공헌 활동

금호석유화학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기업'을 선포한 이후 '아름다운 만남,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장애인 지원 사업이 활발하다.

지체 장애인을 돕기 위한 ▲중증장애인 맞춤형 보장구 지원 ▲사회복지시설 창호 지원사업과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한 ▲시각장애인용 점자유도블럭 ▲점자책 지원 ▲개량형 흰 지팡이 보급사업, 울산과 전남 여수의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화학교실 'RC Outreach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0월 15일 '흰 지팡이의 날'을 맞아 한국시각장애인복지재단에 흰 지팡이 1,000개를 제작해 기증했다. 흰 지팡이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재단이 2007년 세계 최초로 만든 안테나 모양의 지팡이로, 기존 접는 방식의 흰 지팡이보다 들고 다니기 쉽고 이용도 편리하다. 회사 측은 해마다 시각장애인에게 흰 지팡이를 전달할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시각장애인학교에 점자유도블럭 2,000장도 함께 전달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의 사회공헌 활동은 자사 제품을 납품 받아 완성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협력회사들과 함께 이루어져 더욱 뜻 깊다. 예컨대 금호석유화학은 협력회사 '현우공업'과 함께 경기 이천의 주라장애인 쉼터(지난해 11월)와 서울 도봉구의 인강원(올해 2월) 등 장애인 시설의 창호를 자사의 친환경 창호 '휴그린'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금호 측이 친환경 합성수지(ABS) 소재를 지원하고 현우공업이 설계, 제작, 시공을 맡았다. 맞춤형 휠체어 보급사업 역시 장애인 전문 보장구 제작회사 'R&A 테크'와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아름다운 기업 실천을 위한 7대 과제 중 하나인 '협력사 상생경영'을 사회공헌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게 금호 측의 설명이다.

장애인용 쿠션을 함께 생산했던 우레탄폼 관련 협력회사 대표는 "중소기업도 사회공헌에 관심은 많지만, 홀로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대기업에서 이렇게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기 옥 사장은 "사회공헌의 밑바탕은 금호석유화학이, 기술 개발 및 제작은 협력회사가 나눠 진행함으로써 B2B 회사의 훌륭한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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