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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통령이 져야 할 천성관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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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통령이 져야 할 천성관 업보

입력
2009.07.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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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다음 날인 14일 그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세상 사람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자 이명박 대통령은 수시로 참모들을 불러 놓고 대책을 숙의했다. 처음엔 그냥 밀고 가자는 쪽이 우세했지만 오후 늦게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천 전 후보자의 일본 골프 외유 의혹이 본인의 거듭된 부인과는 달리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거짓말하면 안 되지. 안 되겠구만…"이라며 내정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지당했다. 거짓말하는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검찰총장이 거짓말을 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과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리가 산더미 같고, 이에 대해 거짓말로 해명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뽑은 것은 바로 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어떤 과정을 거쳤든 최종 사인을 한 최고책임자가 중요한 것 아닌가. 어떻게 보면 책임 회피로 보일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청와대나 여당을 중심으로 도덕성에 대한 인사 검증 시스템 미비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옳은 지적이다. 위장전입, 대가성이 의심되는 채무관계 등에 대해 기본적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볼 장 다 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런 자질구레한 일까지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본다면 최종 사인은 이 대통령이 했지만 아래 쪽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책임에서 빠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인사 실패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면 책임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아닌 대통령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다 놓아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인사할 때 업무 능력과 충성도를 주로 보는 것 같다. 반면 도덕성 얘기는 잘 안 한다. 이번 사태 후 인사 기준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시한 것이 거의 처음 아닌가 싶다.

이 대통령이 도덕성을 경시하다 보니 검증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밑바닥까지 시시콜콜 캐내려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대통령이 미는 사람이라는 소문까지 떠돌면 대충 넘어갈 확률은 더욱 커진다. 이번 천 전 후보자만 해도 이 대통령 자신이 직접 검찰 쇄신 차원에서 골랐다는데 그런 사람에 대해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결국 시스템이 아니라 인사 스타일이 문제였던 것이고, 그 책임은 이 대통령이 온전히 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2월 말 이명박 정부 첫 개각 때 이 대통령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며 국민들 앞에 내놓은 장관 후보자 3명이 갖가지 의혹에 휘말려 사퇴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편집국에서' 칼럼에서 이 대통령이 "다소 출발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언급을 한 데 대해 '제도 탓을 하면서 일말의 책임이라고 비켜 가려 하지만 결국은 도덕성을 중시하지 않은 이 대통령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쓴 적이 있다.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고 대통령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도 똑같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도덕 중시 인사 약속이 잘 실천돼 앞으로는 이런 칼럼을 더 안 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이은호 정치부 차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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