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이탈리아 로마ㆍ7월17일~8월2일) 개막을 일주일 여 남겨놓은 16일. 박태환(20ㆍSK텔레콤)의 현 위치는 '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다.
로마 공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전세계 언론들이 1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를 제패했던 박태환에게 집중적인 취재 공세를 벌일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이 부담 없는 도전이었다면, 이번 세계선수권은 디펜딩챔피언의 자격으로 나서는 부담 백배인 대회다.
박태환은 대회가 코 앞에 다가오자 아나콘다가 몸을 조여 오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만큼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16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출국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태환은 "체력담당관에게 도움을 청하니 큰 구렁이를 던져주며 나를 구하게 하더라. 뱀 두 마리가 나타났으니 금메달 두 개를 따지 않겠나"라며 챔피언 다운 여유를 선보였다.
박태환은 17일 격전지인 로마로 출국한다. 첫 경기인 자유형 400m 예선이 26일 오후(한국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이른 출국이다. 노민상 경영 대표팀 감독은 "아픈 기억(2004 아테테올림픽 예선탈락)이 있는 야외수영장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일찍 현지적응 훈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2007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과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를 잇달아 제패하며 중거리 세계최강자로 등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출전하지 않는 400m에서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그러나 박태환 본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목표로 자유형 1,500m 기록 경신을 꼽았다. 박태환은 "장린(중국)이 가져간 자유형 1,500m 아시아 최고기록을 다시 내 이름으로 갈아치우고 싶다"며 강한 각오를 밝혔다.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14분55초03의 아시아신기록으로 1,500m 금메달을 차지한 뒤 아직까지 그 기록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장린은 베이징올림픽에서 14분45초84로 박태환의 아시아신기록을 10초 가까이 단축시켰다. 박태환은 "1,500m에서 좋은 기록을 내려면 턴이 가장 중요하다. 집중해서 훈련했고 연습 후에도 가장 크게 신경 쓰는 것이 턴"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은 26일 밤(한국시간 27일 오전1시) 자유형 400m 결승, 28일 밤(29일 오전1시) 200m 결승, 8월3일 오전 3시에 1,500m 결승에 각각 나서 메달에 도전한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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