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수출 전략을 수정했다. 고부가가치의 제품 수출에서 낮은 부가가치의 중가제품 수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 고가품 수출 부진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자동차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한일간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 중가제품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주로 진출해 있는 분야다.
16일 KOTRA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발간한 '2009년 통상백서'를 통해 각 기업들에 중가 제품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대외 경제정책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가 이렇게 나선 배경에는 자동차 등 경기에 민감한 고부가가치의 내구 소비재의 수출 비중이 높아 세계 경기침체 때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충격을 받기 때문. 실제 고급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의 3월 대미 수출이 46.1% 감소한 반면 저가 생필품을 주로 수출하는 중국의 대미 수출은 5.5% 감소에 그쳤다.
백서는 특히 수출품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지수화한 '수출 고부가가치화 지수'(2000년을 100으로 하며, 지수가 높을수록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 비중이 높음)의 한일간 비교를 통해 일본이 130대까지 올라간 반면, 한국은 10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지나친 고부가가치화 전략이 최근의 급격한 수출 부진의 직접 원인이 됐다는 분석.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소비시장의 규모가 큰 시장을 '볼륨 존(Volume Zone)'으로 지정하고 집중 진출하기로 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지금까지 렉서스, 인피티니 등 프리미엄 차량 수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어코드, 캠리 등 보다 대중적인, 수요가 보다 많은 자동차 수출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지정한 '볼륨 존'은 세대 당 가처분 소득이 연 5,000달러에서 3만5,000달러에 이르는 아시아 중산층 시장으로 중국, 인도, 한국, 태국, 홍콩 등 11개국이 그 대상이다. 일본은 이들 국가의 볼륨 존 인구가 1990년 1억4,000만명에서 2008년 8억8,000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KOTRA 기세명 아대양주팀장은 "일본은 10년 이상 이어진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바랐지만, 세계적 불황으로 그 꿈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인구 감소 등으로 과거 영화의 땅 '아시아'를 다시 조준하고 있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통상백서는 주요 경쟁상대로 한국과 중국을 지목했다. 또 아시아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 추진 확대를 통해 일본기업의 아시아 진출 지원을 강화할 것을 지적했다.
일본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의 신흥시장 개척에 나서려는 전략을 세움에 따라 우리도 아시아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고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 "신 아시아구상의 내실 있는 추진을 통해 아시아와 유대를 강화할 시점"이라며 "특히 메콩강 유역 개발사업 등 아시아의 지역개발 사업에 대한 전략적인 참여방안을 마련해 나가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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