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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야 사장이다" 꿈을 쏟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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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야 사장이다" 꿈을 쏟는 2030

입력
2009.07.1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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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복과 한복은 만든 사람 이름을 상표로 한 제품이 많은데 수영복만 그런 제품이 없어요. 저희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영복 전문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들 거예요."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내 한 작업실에서 만난 새내기 디자이너 엄진민(25), 김연우(24)씨. 일손을 잠시 멈추고 포부를 풀어놓는 그들의 눈은 빛났다. 그 야무진 꿈은 장맛비와 뙤약볕의 자리다툼이 요란한 요즘 휴일도, 무더위도 잊고 일에 매달리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3개 팀이 함께 쓰는 작업실에서 이들에게 할당된 공간은 2평 남짓. 캐비닛 하나에 책상 하나 놓은 게 전부다. 이들은 컴퓨터가 한 켠을 차지한 책상에 마주앉아 디자인을 구상하고 노트북처럼 들고 다니는 작은 재봉틀 2대를 펼쳐 견본을 뽑아낸다. 손바닥만한 공간이지만 '어엿한 작업장'을 갖게 된 이들은 성공 창업의 길을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고 있다.

두 사람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서울시가 5,6월 진행한 '2030 청년창업 프로젝트'. 좋은 아이템은 있지만 경험 부족과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고민하는 20, 30대들의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758개 팀 1,196명이 선발됐는데, 이들은 7월부터 1년간 작업실을 무상으로 임대해 쓰고 팀당 매달 100만원의 활동보조비도 지원 받는다.

올 1월 창업 꿈 하나만 들고 홀로 귀국한 재미동포 엄진민씨의 각오는 남다르다. 1998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2007년 대학 졸업(패션 전공) 후 미국에서 수영복 브랜드 창업에 나섰다. 그러나 경험 없는 젊은 동양여성에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큰 결심을 하고 한국에 왔지만 어려움은 여전했다. "먹고 사는 것부터 문제였어요. 집값 등 물가가 너무 비싸 돈은 떨어져 가고…. 다행히 대학 때 친하게 지냈던 한국유학생 선배를 만나 싼 집도 구하고 생필품 싸게 살 수 있는 곳도 알게 됐죠."

생활이 안정되자 바로 1~2월 열린 '2009 서울 신진패션디자이너 콘테스트'에 나갔다. 서바이벌 형식으로 최후승자를 가리는 대회에서 그는 100여명의 참가자 중 입선을 했다. 또 사업파트너인 김연우씨도 만났다.

올해 숙명여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지난해 서울시가 주최한 '모델리스트 컨테스트'에서 학생부 최우수상을 받은 실력파다. "언니와 제가 서로 좋아하는 디자인 분위기나 색감 같은 게 정말 비슷해요. 그래서 만난 첫 날부터 친해져 진로 얘기를 자주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함께 청년창업 프로젝트에 도전해보자고 제안해 흔쾌히 응했죠."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창업 준비에 몰두했다. 낮에는 수영복 샘플을 들고 제품을 만들어줄 공장을 찾아 돌아다니고, 밤에는 새로운 수영복 디자인을 위해 머리를 짜냈다. 넉 달 만인 6월 말 드디어 'vivid beach'(비비드 비치)라는 브랜드로 비키니 수영복을 첫 출시했다.

수영복을 들고 서울시내 수영복 매장 수십 곳을 돌아다녀 겨우 몇 곳에서 납품을 따냈다. 매달 일정 수량 이상 팔리지 않으면 바로 철수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박은 아니지만 이 제품은 압구정동과 동대문 등 몇몇 매장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두 번째 제품 주문도 받았다.

김씨는 "지금도 풋내기지만 몇 달 전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열정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착실히 실력을 다져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30 창업 프로젝트의 또 다른 수혜자 염현철(35)씨는 새로운 치과 장비인 '의자 장착용 자동 안전 마취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치과용 장비 제조 회사에서 일하면서 치과 의사들로부터 환자들이 느끼는 '마취주사의 공포'에 대해 얘기를 듣고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그는 4월 하이서울 창업스쿨에 등록해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치과의사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현재 마취 주사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환자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사람이 주사를 하다 보면 마취제의 양과 투약속도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죠. 마취제가 모자라면 통증을 느끼게 되고, 투여속도가 너무 빨라도 몸이 흡수에 부담을 느껴 일종의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겁니다."

이를 토대로 치과용 의자에 장착해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정량의 마취제를 투여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냈다. 공고를 나와 기계를 잘 다루고 직장에서 친분을 쌓은 치과기기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도움도 받아 어렵지 않게 장치를 개발했다. 현재 핵심기술의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며 내년 3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의료장치" 출시를 눈 앞에 둔 염씨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지난달 첫 아기가 태어났어요. 우리 아기가 커서 치과에 갈 때 무서워하지 않게 하는 게 꿈이에요."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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