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후 기존 가치 체계의 붕괴로 혼란에 빠진 젊은 세대를 지칭하던 '잃어버린 세대'라는 단어가 극도로 심각한 청년 실업 때문에 다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최악의 취업난에 유럽의 젊은이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고용 불안이 지속될수록 이들은 자신감을 잃은 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위험성이 높다"고 전했다. 프랑스 사회학자들은 이들을 '제네라시옹 프레케르(불안한 세대)'라고 하며, 영국에서는 불안정하고(insecure) 압력을 받으며(pressured) 과중한 세금 부담(overtaxed)과 부채에 시달린다(debt-ridden)는 뜻에서 '아이팟(IPOD) 세대'로 부른다.
'잃어버린 세대' 등장의 직접적 계기는 높은 실업률. 실제 지난 10년간 유럽의 청년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보다 높은 16~17%에 이르렀다. 일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고용주가 사회보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임시직으로 몰렸으며 2007년만해도 600만명의 젊은이가 임시직에 종사했다. 지난해 시작된 경기침체 때문에 임시직마저 잃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전체 실업률이 25%인 반면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40%를 넘었다. 영국은 실업자의 3분의 1 이상이 25세 이하고 스페인도 청년 실업률이 40%에 육박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구직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명문대학을 졸업해도 과거처럼 좋은 직장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능력 상실이 범죄나 폭동, 자살 등의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잃어버린 세대의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FP는 "영국이 6월 청년 실업구직 및 취업교육을 위해 10억파운드를 지원키로 하는 등 유럽 각국이 청년 실업에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부분 아직 초기 단계여서 그것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잃어버린 세대의 양산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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