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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은 자리로·대중 곁으로" 불교계 수행 새바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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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은 자리로·대중 곁으로" 불교계 수행 새바람 분다

입력
2009.07.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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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조계종의 정체된 수행 풍토를 쇄신해 새 활로를 찾기 위한 '야단법석(野壇法席)'이 마련된다. '야외에 단을 세워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말 야단법석의 원래 취지를 살려 8월 14~18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공식 명칭은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이다.

야단법석을 기획한 이는 생명운동가이자 조계종단의 대표적 실천승려로 꼽히는 도법 스님. 그는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의 정신에 비추어볼 때 오늘날 우리 종단의 수행 풍토는 적지않은 자기모순과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 뒤 "야단법석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진단하고 수행의 활로를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될 이번 행사에서 주제발표를 할 스님들의 면면을 보면 이번 '쇄신론'은 마치 종단 차원의 결사운동을 염두에 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한 대강백으로 종단 내외의 신망을 얻고 있는 무비 스님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금강경' '천수경' 등을 풀이해 출간했던 무비 스님은 이번 야단법석에서 금강경의 기본정신에 입각해 한국불교 수행 문제의 실상을 진단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조계종의 정통 참선 수행법으로 인정되고 있는 간화선에 대한 비판도 나올 대중행사에 종단 내 손꼽히는 정통 선사인 혜국 스님이 나오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혜국 스님은 선원수좌의 눈으로 국내 불교 수행의 긍정적 측면과 한계 등을 짚어볼 계획이다.

1980년대 서의현 총무원장 체제에서 총무부장을 역임했던 향봉 스님도 오랜만에 대중 앞에서 목소리를 낸다. 종단직을 떠난 뒤 출국해 인도와 티베트, 중국을 떠돌며 12년여 치열한 구도행에 나섰던 향봉 스님은 지나치게 보수화하고 형식적이 된 우리 불교의 문제점을 초기 불교의 정신과 수행법에 비춰 비판적으로 진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서 최근 국내 불교계에서 일고 있는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논란, 간화선과 위빠사나 논란 등을 소개하고 통합적 수행론을 모색할 도법 스님은 이 모든 시도가 "정법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에 따르면 우리 불교 수행은 중생의 괴로움을 자신의 괴로움으로 여기는 '동체대비(同體大悲)',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무주상(無住相)' 같은 금강경 정신에서 너무 멀어졌다.

스님은 "용산참사 같은 대중의 고통에 대해 불교계가 성심을 다했는지, 또 어려움을 겪는 대중들이 많은데 선방에 은거하며 참선만 하는 게 맞는 건지 반성한다"며 "이런 반성을 통해 좀 더 낮은 자리에서 함께하는 불교상을 정립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법 스님 등은 야단법석의 취지를 살려 올 동안거 기간엔 지리산 800리를 도보로 묵언순례하며 선 수행의 새 틀을 모색할 '움직이는 선원'을 세우고 조실 스님으로 무비 스님을 추대했다.

도법 스님은 "조계종 정통 선원 분위기라면 무비 스님은 아무리 훌륭해도 조실이나 방장 스님은 못되는 상황"이라며 "조실 스님을 모시는데도 내 절, 우리 문중을 따지는 풍토를 반성한다는 의미로 무비 스님을 모신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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