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와 삼복더위가 번갈아가며 사람의 진을 빼놓고 있는 요즘, 난데 없는 떨림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야 갑작스런 근육 경직일 수 있다 싶어 가볍게 넘기지만, 한여름 삼복더위에 경련이 생기면 혹시 뇌졸중(뇌중풍)이 아닌가 더럭 겁부터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떨림 증상은 대개 더위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금세 나아질 수 있다.
■ 눈꺼풀 떨림증(안검 경련)
얼굴에서 가장 경련이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눈꺼풀과 눈두덩이다. 눈꺼풀 떨림은 대개 하루 이틀 지나면 없어지지만 심하면 한 달 이상 지속되기도 하고, 몸 상태에 따라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주범이고, 커피ㆍ초콜릿 등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거나 운동을 무리하게 해도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이 많이 분비되고, 이것이 눈 주위의 섬세한 근육세포를 자극해 떨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특별히 약을 먹을 필요까지는 없고, 카페인과 스트레스를 피하고 쉬면 3일 이내에 자연히 사라진다. 영지버섯과 대추, 감초 등 한방 재료를 섞어 끓여 수시로 마시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룩거리는 부위를 냉찜질하는 것도 좋다.
■ 안면 경련
눈꺼풀뿐만 아니라 입꼬리 등 얼굴의 다른 부위가 함께 떨리거나 양쪽 눈꺼풀 떨림 증상이 심해지면 안면 경련일 가능성이 있다. 흔히 눈에서부터 경련이 시작돼 점차 심해지면 눈이 감기고 입이 위로 딸려 올라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증상은 깨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잠을 잘 때에도 나타날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낯선 사람과 만날 때 더욱 심해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대인기피증이 생기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안면 경련은 뇌혈관이 얼굴 신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혈관을 압박함에 따라 흥분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안면 신경의 뿌리가 뇌혈관과 계속 접촉해 혈관의 압력이 신경을 자극하게 되고, 이 때문에 안면근육이 수축해 떨림이 발생하는 것이다.
동맥의 노화나 동맥경화 등으로 인해 혈관이 늘어나 신경뿌리를 압박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드물게는 뇌종양이나 다른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3,0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한다.
1차적으로는 약물 요법을 쓰며, 효과가 없으면 보톡스를 사용해 치료한다. 보톡스는 부작용이 적지만 3~6개월마다 다시 맞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보험적용이 안 돼 1회 치료 시 60만~120만원이 드는 것도 문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얼굴 신경을 압박하는 미세 뇌혈관을 떼내는 '미세혈관 감압술'을 이용해 치료한다. 이 치료법은 과정이 비교적 간단한데다가 대부분 1회 치료로 완치할 수 있어 현재 안면 경련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얼굴에 마비가 와 움직이지 못하는 안면마비(구완와사)와 혼동해 한방치료나 민간치료를 먼저 하는 바람에 치료 시기를 놓친다는 데 있다. 안면마비는 얼굴 신경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두개골 내에 종양 등이 생겨 마비되는 증상이다.
안면 경련은 뇌 혈관이 얼굴 신경을 압박해 나타나는 증상인데 반해, 안면 마비는 신경이 마비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한쪽 얼굴 근육이 마비돼 입 모양 등이 비뚤어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안면 마비도 대부분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스테로이드 고용량 요법을 쓰면 치료기간을 줄일 수 있다.
■ 틱장애
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찔거리거나 이상한 소리를 낸다면 틱(tic)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코를 벌름거리거나 입맛을 다시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주로 아이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안면 경련과 달리 틱장애는 초기에는 스스로 억제할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억제할 수 없게 된다. 또 야단친다고 고칠 수 있는 버릇이 아니다. 틱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하는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어린이, 부모의 지나친 요구와 기대를 받는 자녀에게서 특히 잘 나타난다. 이럴 때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자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심리치료를 시작하고 나면 대개 1~2주 정도 지나 증상이 사라지지만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정신과에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틱장애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의 틱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너 요즘 눈 깜박거리지 않는구나" 하고 엄마가 칭찬한다고 한 한마디에 다시 증상이 づ립?수도 있다.
아이가 눈을 깜박거리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틱장애는 아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있어도 눈을 깜박거리는데, 이때 자꾸 눈을 깜박거린다고 아이를 야단치면 이 행동이 그대로 틱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틱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간질이 아닌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틱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의식이나 기억을 잃으면 뇌파 검사를 받아 간질 여부를 확인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박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김종민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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