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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열전! 추억 속으로] 복싱 황금기 이끈 장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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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열전! 추억 속으로] 복싱 황금기 이끈 장정구

입력
2009.07.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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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에 젊음 바친 '주먹짱'저돌적인 공격 복싱 챔피언 15차 방어"헝그리 스포츠 인식 버려야 권투 살아나"

'짱구' 장정구(46)씨는 1980년대 한국 프로 복싱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스타다. 보글보글한 퍼머 머리와 저돌적인 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분야를 불문하고 세계 정상이 언감생심이던 시절,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 15차 방어로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1991년 링을 떠난 후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를 만나 '짱구 복서'가 아닌 '인간 장정구'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링에서 맺은 의리 져버리지 않는다.

장정구씨는 현재 산업폐기물 업체인 오주산업 대표로 재직하며 지난해 12월 출간한 자서전 '나는 파이터다'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택은 일산 대화동이지만 사업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많다. 사무실이 있는 청담동 근처에서 일이 늦어질 때는 '또 다른 어머니' 심영자 전 숭민 프로모션 회장 댁으로 향한다.

심 회장은 장정구에게 낳아주신 어머니 이상의 존재다. 세계 챔피언에 오르기 전 심 회장 자택에서 숙식을 했고, 1997년부터 숭민 프로모션 이사로 심 회장을 모셨다. 과거 심 회장 주위에 있던 이들 대부분이 발걸음을 끊었지만 장씨는 그 은혜를 잊을 수 없어 아직도 친어머니처럼 대한다. 그는 "심 회장님이 안 계셨다면 세계챔피언 장정구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단언한다.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오주산업은 현역 시절부터 절친했던 프로모터 전광진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 동양챔피언인 황충재씨와도 호형호제하는 허물없는 사이다.

글러브를 벗은 후 사회생활을 하며 '눈뜨고 코 베이는' 세태에 염증도 많이 느꼈지만 오늘날 그를 지탱해주는 것은 링에서 맺었던 사람들과의 끈끈한 정이다. 요즘도 그는 마음 맞고 말 통하는 이들을 만나면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자리를 함께 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1시간20분 동안에도 그의 휴대폰은 쉼 없이 울려댔다.

■ 운동 지겨워 조깅조차 하지 않아

장씨는 링을 떠난 후 운동과 담을 쌓고 살고 있다. 골프는 물론 조깅이나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지 않는다. "운동이라면 젊었을 때 지겹도록 해서 몸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싫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복싱은 그의 모든 것이었다. 장씨는 "젊은 시절의 추억과 복싱을 바꿨다. 링에 모든 것을 걸었던 나에게는 유년도 청소년기의 추억도 없다. 어린 나이에 세계 챔피언에 올라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신과의 싸움으로 젊은 날을 보냈다"고 전성기를 회고했다. 세계 챔피언의 영광보다 그 이면의 고통이 더 깊이 남아있는 듯 하다.

황충재, 이상호, 백인철 등 전직 복서들과 절친하게 지내고 가끔 체육관을 찾기도 하지만 지도자, 행정가 등 복싱과 직접 연관된 일을 할 마음은 없다. 복서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절보다 현재의 편안한 삶에서 '안분지족'을 느끼고 있다.

■ 복싱 중흥 위해서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장씨는 한국 복싱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회적 편견'을 꼽았다. '가진 것 없고 배고픈 이들이나 하는 헝그리 스포츠'라는 통념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 복싱 중흥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일본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먹고 살만 해진 뒤 복싱이 무너졌다. 빚을 내서라도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등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겉 모습만 따지는 그릇된 인식이 복싱 침체의 요인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른바 '없어 보이는 운동'으로 분류돼 복서를 천시하는 풍조가 바뀌지 않는 한 복싱 중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유명우 전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 플라이급 챔피언의 한국권투위원회 사무총장 선임이 한국 권투 행정 개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주변인'에 머물던 과거의 스타들이 한국 복싱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80년대 한국 복싱 황금기의 양웅으로 통합 타이틀전 여부가 화제가 됐던 유 사무총장과 장씨는 현역 시절부터 최근까지 자주 자리를 함께하는 절친한 사이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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