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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약대 390명 증원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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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약대 390명 증원의 이유

입력
2009.07.1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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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부터 약학대학 모집정원 390명이 증원된다"는 발표가 각 대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930년 서울대 약대가 국내 처음 설립됐고, 1982년 강원대 약대가 20번째로 설립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27년 만의 소식이고 향후 다시없을 기회라고 한다. 각 대학에서 증원인력을 놓고 '유치 경쟁'에 들어간 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 약대가 없었던 5개 시ㆍ도(대구 인천 경남 전남 충남)에 250명이 배정되고, 나머지 140명이 각 지역에 분배(경기 100명, 부산 20명, 대전 10명, 강원 10명)됐다. 대학마다 "일단 확보해 놓고 보자"는 접근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약대를 신설하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원을 모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계산에서의 도전이라면, 참으로 무모한 발상이다. 보건의료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이다.

선진국에서도 21세기 국가 성장동력으로 의생명과학 분야를 설정하고, 신개념의 고부가가치 치료법과 약제 개발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자 경쟁하고 있다. 우리도 국제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오히려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시기다. 그래서 이번 약대 증원 390명의 쓰임새는 달라야 한다. 한 대학의 차원이 아니라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제약산업의 R&D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하고, 완제의약품 수입이 수출을 압도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깰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약학이라는 한정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의 인력이 아니라 유관 분야의 지식과 유기적인 연구능력을 갖추어, 새로운 시장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심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약사 인력의 80% 이상이 약국을 개설하거나 근무약사로 배출되고 있는 현실의 반복은 이제 접어야 한다. 오히려, 법정약사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병원의 현실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팀 의료에 참여하는 전문약사로서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비용 경제적인 약물요법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의 처방에 따른 단순조제가 아닌, 복합적 문제를 가진 환자의 평가와 치료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동안 약대 증원이 있을 때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인체 내 약리현상 규명을 통한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종사할 전문 연구인력 양성을 교육목표로 표방했지만, 그 결과는 개업약사 수의 증가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증원은 동네 약사 양성이 아닌, 보건의료산업을 국가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해 나아가는 쪽으로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은 약학대학 설립을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는 방편으로 삼으려 들거나, 기존 대학의 위상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버려야 한다.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입장에서 무모한 접근은 절제되어야 하며, 기존 대학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약대 신설의 우위를 점하려는 욕망도 자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간유전체 정보 등과 같은 신지식에 근거한 맞춤형 신약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지, 실제 임상에서 약리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는지 등의 요인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약학대학 300명 증원이 국가적 쓰임새를 가지려면 약학계는 물론 관련 산업 및 학문과 연계되어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김영훈 을지대 보건산업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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