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지금 간절히 필요한 것은 중산층을 살리려는 노력이다. 중산층이란 경제적으로 중간계층이면서 도덕적으로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잘살려고 하는 계층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고나온 '서민'은 바로 이런 계층을 말하고자 했겠지만 일련의 정책은 중산층을 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특히 상류층을 위한 계획에는 반드시 극빈층 수혜자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그것이야말로 노력하는 중산층을 좌절케 하는 포퓰리즘인데, 그걸 모른다.
공교육 살리고 등록금 낮춰야
정부는 자율형 사립고를 늘렸다. 일반 고교보다 학비는 세 배쯤 비싸지만,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자립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와 달리 성적으로 일단 두 배를 뽑고 그 중에서 절반을 추첨으로 가린다. 20%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라는 사회적 약자에게 배당한다. 성적만으로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요행이 좌우하고, 경제적으로 상류층 아니면 하류층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하다.
입학사정관제는 또 어떤가. 대학에 학생을 선발할 자율적인 기준을 주고 대학교수가 공정하게 선발하는 것과 입학사정관이 선발하는 것은 뭐가 다른가. 대학에 자율은 줄 수 없고 새로운 경로를 만들고 싶으니까 입학사정관제를 꺼낸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에 예산을 배정하느니 눈꼽만큼이라도 대학등록금을 낮추는 데 써라.
학원처럼 가르치는 학교를 몇 군데 골라 사교육을 없애는 학교라고 지원하는 것이나 학원을 단속해서 사교육을 잡는다는 것도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여기에 쓸 예산이 있다면 공교육을 살리는 것 한 가지에 집중하라.
기업에 구조조정을 하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또 고용을 늘리라고 한다.
구조조정을 강조하면 이윤, 효율성에 최우선을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는 극단의 시장주의에 넘겨두고 정부가 간섭 자체를 안 해야 한다. 고용을 늘리라는 것은 이윤보다 사회 전체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정부는 많이 고용하는 업체에 그만한 배려를 해야 한다.
최근 비정규직법 소동에서 정부가 보여준 원칙은 무엇인가. 비정규직은 2년 이내에 숱하게 해고하고 다시 뽑을 수 있는 직렬이다. 그런 사람을 2년이나 썼다는 것은 업무능력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정규직으로 바꾸라는 법을 시행할 수 없다고 한다. 기간을 늘리거나 시행을 늦추자고 한다. 왜? 똑같이 유능한 사람을 기업이 비정규직으로 쓰면 돈을 덜 들여도 되니까. 이게 정부가 부채질할 일인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과연 그 기업은 도산할 지경인가. 민주노동당은 559개 상장기업의 유보금이 2007년 말로 367조원이라고 조사했다. 민노당은 이것이 비정규직의 몫을 강탈한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정부쪽 해석은 무엇인가.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서 주가지수는 올라가고 집값도 뛰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돈을 쥐면 시장에서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으면 경제는 살아난 것이 아니다.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안정연구> 최근호에 실린 'IMF 구제금융기간 전후 자산변동과 가계소비에 관한 실증연구'를 연합뉴스가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가계소비지출은 주택자산의 가치가 1% 상승할 때 0.075~0.092%, 금융자산 가치가 1% 상승할 때 0.019~0.041% 늘어난 반면 근로소득이 1%증가하면 0.3~0.5% 정도가 늘었다. 일터에서 돈을 벌어야 집값이 오른 것보다 4배, 금융소득이 오른 것보다 15배나 돈을 쓰게 된다는 말이다. 진짜 경제를 살리는 것은 집값도 주가지수도 아니고 고용이다. 금융안정연구>
집값 증시 상승보다 일할 권리를
극빈층한테 돈 주는 것이 서민정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 같지도 않은 일로 돈 같지도 않은 희망쿠폰을 주는 일로, 노력하려는 사람들을 좌절시키지 말아라. 안정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그런 정책이 뭔가 고민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제발.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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