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23일 태국에서 열리는 16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다. ARF는 북한을 비롯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여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해 안보 이슈를 다루는 거의 유일한 다자 외교 자리다. 제대로 멍석만 깔린다면 북핵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현재로서는 북한 박의춘 외상의 참석 여부가 관건이다. 북한은 2000년 7차 때부터 외상이 빠지지 않고 ARF에 참석해 왔다. 2004년 인도네시아 ARF에선 북미 외교장관이 회동했고, 지난해 싱가포르 ARF에서도 6자 외교장관 회동이 성사된 적이 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한ㆍ중ㆍ일ㆍ러 외교장관이 모두 이번 ARF에 참석키로 한 만큼 박 외상만 오면 어떤 식이든 북핵 대화 테이블이 마련될 공산이 크다.
북한은 5월까지만 해도 박 외상이 이번 ARF에 참석할 것이라고 확인했으나 최근 들어 말끝을 흐리고 있다. 태국 파니크 위키셋 외무차관이 6일 평양을 방문, 박 외상에게 ARF 참석을 직접 요청했으나 확답이 없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박 외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전했다. 박 외상이 ARF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이 당분간 대화 대신, 고립 및 대결 노선을 택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박 외상이 오지 않더라도 외무성 부상 혹은 무임소 대사를 ARF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파트너와 비공식 회동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북미 간 첫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ARF 무대에서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억류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장ㆍ단점이 있는데 인권에 관한 문제이고 국제적인 보편적 가치 측면에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아마 언급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지난해 ARF 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규탄 문구를 성명에 집어 넣으려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실익은 얻지 못하고 외교적 망신만 자초한 적이 있다. 남북 현안을 국제 무대에서 다룰 경우 역효과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직 유씨 문제를 이번 ARF에서 다룰지는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경험도 있는 만큼 직접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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