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전역이 신종인플루엔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참가자들의 신종플루 집단발병으로 중단된 '월드콰이어챔피언십 코리아 2009'에 참가했던 학생 및 교사 2,000여명에게 등교 중지 조치가 내려졌는가 하면, 국제문화행사가 줄줄이 취소 또는 축소되고 있다.
15일 질병관리본부와 경남도에 따르면 '월드콰이어'와 관련해 100여건의 신종플루 의심 환자 신고가 접수돼 이중 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12건은 검사를 진행 중이다. 환자 50명 중 41명은 인도네시아 합창단이고, 나머지 9명은 이들을 담당한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다.
경남도가 주최한 세계합창대회 '월드콰이어'는 세계 29개국 8,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8일 개막, 1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플루 집단발병으로 사흘째인 10일 중단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처음 발병한 인도네시아인은 자국에서 감염된 채 들어왔고 이들을 맡은 한국인 자원봉사자들 외에 다른 확진 환자는 아직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지역사회 전체로 크게 전파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도 인도네시아인 1명과 자원봉사자, 외국인 접촉자 등 3명이 당국에 의심 환자로 추가 신고되면서 자원봉사자와 행사 참가자 등의 추가 감염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네시아 합창단 안내를 맡았던 자원봉사자 차모(22)씨는 "발열 콧물 등 보건소에서 알려준 신종플루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잠복기가 1주일 가량 된다는 말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면서 "혹시 몰라서 가족과 이웃들 접촉도 되도록 피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교육청은 이 대회에 참가했거나 개막식 등을 관람한 학생 1,788명과 교사 249명 등 2,037명에게 이날부터 등교 중지 조치를 내렸다. 개막식에 국가별 피켓을 들고 입장한 여중생 40명과 인솔교사 2명에 대해선 13일부터 자택격리 조치가 내려졌었다.
대회에 참가했거나 관람한 학생과 교직원 가운데 의심증세를 보인 경우는 아직 없지만, 집단발병 여파로 당사자들은 물론 보건당국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신종플루 감염자들 숙소로 기숙사를 내줬던 대학들도 고민에 빠졌다.
인제대 기숙사에는 현재 인도네시아 합창단과 스태프 등 90명이 격리 수용돼 있어, 인근 기숙사 건물에서 생활하는 재학생 100여명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각기 다른 건물이긴 하지만 복도와 로비 등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항의 전화를 걸기도 했다.
마산대는 다행히 기숙사에 재학생이 머물지 않아 감염 우려는 덜었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소독과 대청소에 나서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남 지역의 국제행사들도 신종플루 된서리를 맞았다. 30일부터 사천시에서 개최 예정이던 '2009 사천 세계타악축제'와 24일 개막을 앞둔 '거창 국제연극제'가 취소됐고, '마산국제연극제'와 '밀양 여름 공연예술잔치' 등도 취소 또는 축소 개최를 검토 중이다.
또 제6회 경남도지사기 국제태권도대회(함양)와 제16회 해양스포츠'바다로 세계로'(거제), 전국해양스포츠제전(통영) 등도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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