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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얼키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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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얼키설키

입력
2009.07.1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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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땀 흘려 벌어야 한다고 가르친 건 어머니였고 지금까지도 일한 만큼 댓가가 돌아온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로또도 한번 사본 적 없었다. 요행이나 한번에 큰돈을 쥐어보려는 헛된 꿈이 싫었다. 집회 현장을 지나다가 현수막에서 읽은 '전자 카드'라는 단어만으로는 무슨 시위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은 한국경비협회였다. 전자 카드의 도입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된 경비원들의 항의 집회라, 그럴 듯했다.

로또를 사거나 경마장, 경륜장 등에 한번만 가보았더라면 전자 카드라는 말에서 금방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떠올렸을 것이다. 집회 다음날에야 기사를 보고 전자 카드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날 광화문에 모인 이들은 강원랜드 노동조합, 신동읍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의 회원들이었다. 사감위에서 로또를 제외한 전 사행산업에 전자 카드를 도입할 거라는 계획을 세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전자 카드를 이용하려면 실명정보 등록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용 고객들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강원랜드가 있는 신동읍 주민이 나선 것은 이해가 가는데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한국마사회의 수익이 감소하게 되면 축산발전기금 또한 바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얼키설키 살아간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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