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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첫 시행 20여일… 김할머니 안정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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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첫 시행 20여일… 김할머니 안정 지속

입력
2009.07.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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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딸들과 며느리, 밤에는 아들과 사위들이 병실을 지킵니다. 장모님 얼굴을 보면서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를 건넵니다. 몸도 못 움직이고 말씀도 못하시지만 영혼과 정신은 깨어 있어서 우리 이야기를 다 듣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국내 첫 '존엄사' 시행 환자 김모(77ㆍ여)씨의 맏사위 심치성(49)씨가 전하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1508호실 풍경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달 23일 이 병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떼낸 후에도 김씨는 스스로 숨쉬며 고귀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호흡기 제거 23일째인 15일 오전 9시 현재 김씨는 분당 맥박수 82회, 분당 호흡수 12회, 혈압 117/72㎜Hg, 산소포화도 99%, 체온 36.3도로 의식만 없을 뿐 정상인에 가까운 신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가장 우려했던 폐렴 증상도 보이지 않는다.

주치의인 박무석 교수는 "간간이 호흡수가 10회 이하로 떨어지는 무호흡 상태를 보이다가도 금방 회복되고 있다"며 "발열, 가래 증가 등 폐렴 의심 증세 때문에 열흘가량 투여하던 항생제도 현재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포도당 수액과 유동식 공급, 위궤양과 변비를 막기 위한 위장약 투여, 욕창 예방 조치가 김씨에 대한 의료적 조치의 전부다.

그러나 박 교수는 김씨의 장기 생존 가능성에 대해 "안정적 상태이긴 하나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가래, 침이 기도(氣道)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폐렴이나, 오래 누워 있으면 발병하기 쉬운 욕창과 심장 부정맥(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위험 요소다. 무호흡 상태가 이어져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져도 목숨이 위태롭다.

심씨는 "장모님처럼 가족들도 평온해졌으며 주말엔 병실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며 "병원 측에서 중환자실로 옮기자고 했지만 지금처럼 1인실에 모시고 면회 제한 없이 간호하고 싶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의미한 연명 장치를 떼고 치료 받겠다는 것뿐이었는데 마치 가족들이 장모님을 죽이려 했다는 식의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고도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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