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반기 내실 경영을 통해 축적해 온 능력을 바탕으로 태양광 사업 등 신성장 동력을 개척하는데 힘을 쏟고 '위대한 도전 2011(Great Challenge 2011)'을 업그레이드 하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5일 계열사 대표이사 등 60여 명이 참석한 '2009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공격 경영'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 위기 이후 모음 힘을 적극적으로 내뿜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같은 날 열린 3분기 정례 임원모임에서 "국내시장은 산업의 성숙과 고령화 등의 추세로 의미 있는 성장 기반을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세계적 기업들이 무한 경쟁하는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해야 국내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금융위기 한파가 불어닥쳤던 올 상반기 대기업들의 경영 화두는 누가 뭐래도 '생존.' 하지만 위기가 진정되고 경기에도 해빙기류가 뚜렷해지면서 대기업들이 하반기 경영전략도 급선회하는 조짐이다. 방어경영에서 공격경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이 자사 주축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싹수 있는' 산업을 키우는 등 지난해 하반기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거치며 주춤했던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날 앞으로 3년 동안 6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경영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처음 계획보다 12% 늘어난 1조8,00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는데 ▦중동 지역 석유화학 생산 거점 확보와 기존 사업 고도화 ▦태안 리조트 설립 ▦태양광 사업 및 열 병합 발전소 건립 등에 1조2,000억원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한화석유화학은 1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회사 '시프켐'과 합작 법인을 세우고 사우디 북부 주베일에 석유화학 플랜트를 짓는데 9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분야는 공급초과, 특히 국내 업체들이 주로 쓰는 나프타보다 절반이 싼 에탄가스를 원료로 쓰는 중동 국가의 공급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면서 현재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한화석화는 이런 긴장국면에서 오히려 대규모 공격투자를 감행하는 '역발상 경영'을 선택했다. 한화석화는 각종 유화제품 12만5,000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2014년부터 상업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바이오 복제 약 분야에 5년 동안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고한승 전무는 이날 지식경제부와 스마트프로젝트 바이오부문 투자 협약식을 갖은 뒤 "전문가들로부터 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얻으려면 대규모 생산 설비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라며 "삼성전자의 성장 역사를 되돌아봐도 이 부분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수앱지스, 프로셀제약, 제넥신 등과 3개사 컨소시엄을 구성해 특허가 만료되는 9종 이상의 바이오 복제약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 구축해서 2011년에는 첫 상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삼성그룹은 상반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디지털이미징, 삼성LED 등 3개 법인을 새로 출범시켰다.
LG그룹도 올해 R&D에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3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LG전자의 4세대(4G) 이동통신기술인 롱텀에볼류션(LTE)용 단말기, 스마트폰과 LG화학의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개발 등 미래 성장을 이끌 기술 개발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8일 국내 메이커 최초로 LPi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국내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문을 연 현대ㆍ기아차는 친환경차 개발과 R&D에 3조원, 시설 부문에 6조원을 투입한다. 특히 연말 완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 공장을 전초기지로 삼고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GS칼텍스 여수 공장에 창사 이래 최대인 2조9,400억원을 투자하는 등 2011년까지 5조원의 물량 공세를 펼치기로 한 GS그룹은 최근 인수한 GS글로벌(옛 ㈜쌍용)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태세이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는 무조건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결국은 때와 와야 움직이는 법인데, 기업들이 이젠 움직여도 될 시기가 된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재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포탈 잡코리아와 함께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 상반기보다 88.6% 늘어난 1만1,700명을 뽑을 것으로 나타나 취업 시장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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