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과의 돈거래 의혹 등을 받아 온 천성관(52)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전격 사퇴했다. 이에 따라 검찰 조직은 물론 '검찰 쇄신'을 걸고 파격 인사를 단행한 이명박 정부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천 후보자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사퇴의 변'을 내고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총장 임명 전에 후보자가 사퇴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천 후보자는 지난달 21일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됐으나, 서울 신사동의 초고가 아파트 구입 자금을 둘러싼 사업가 박모씨와의 돈거래 의혹, 박씨와의 동반 해외 골프여행 의혹, 지인의 고급 리스차량 사용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성 시비에 시달려 왔다.
더욱이 천 후보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 후보자는 또 이날 오후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재차 해명에 나섰으나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결국 내정된 지 23일 만에 낙마했다.
전임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3기나 아래인 천 후보자가 발탁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흔들리는 검찰 조직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그의 전격적인 사퇴로 검찰은 고검장급 이상 수뇌부가 모두 공백상태에 놓이는 초유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 후보자의 사의를 수용키로 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천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반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천 후보자의 의혹은) 최근 이 대통령의 친 서민 행보에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검찰 지휘공백 사태가 없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검찰총장 후보는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 권재진(56ㆍ대구) 전 서울고검장과 문성우(53ㆍ광주) 전 대검 차장 등 이미 퇴임한 천 후보자의 선배기수 가운데 한 명이 낙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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