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속으로, 녹색을 찾아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시종 '서민'과 '녹색'을 강조했다.
우선 서민.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2,600만명이 국민은행 계좌를 갖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통장 한 두개 갖지 않은 가정이 없을 정도지요. 그런 만큼 서민 속에서 커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런 국민은행이 어려울 때 서민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사실 서민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건전성을 따지고, 수익성을 챙겨야 하는 은행으로선 연체와 부도위험에 노출된 서민들에게 금융지원을 늘리기란 어찌 보면 이율배반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행장은 "국민은행은 서민들을 외면할 수 없다"면서 "올해도 가장 활발하게 저신용자 대출과 대환대출을 취급했고 하반기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저신용자 전용대출상품 '행복드림론'의 융자실적은 6월말 현재 334억원. 이에 비해 비슷한 시기 또는 이보다 앞서 상품을 출시했던 다른 대형은행들의 대출 실적은 아직도 1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다음은 녹색금융. 강 행장을 비롯한 국민은행 직원들은 요즘 녹색산업에 대해 '열공(열심히 공부한다는 뜻)'중이다. 강 행장은 "녹색금융팀을 해외에 파견해 배워오도록 하기도 하고 해외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새 트렌드를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조를 하든 하지 않든, 녹색은 시대적 흐름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남보다 앞서 배우고 그 속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강 행장의 생각. 국민은행이 지난 5월 말부터 국내 은행에선 처음으로 기업 신용평가항목에 친환경성 부분(100만 만점에 2.5점 배정)을 추가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강 행장은 하반기 은행경영에 대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1분기까지는 무엇보다 건전성이 우선이었다"면서 "하반기에는 수익성에 좀 더 역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소용돌이가 몰아 닥쳤던 1분기에는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고, 당연히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건설ㆍ조선업을 시작으로 대기업,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숨가쁘게 이루어지면서 이제 건전성은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섰다는 것이 강 행장의 판단이다.
그런 만큼 하반기에는 건전성 토대 위에서 수익창출 쪽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연초에 크게 걱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선방한 것으로 봅니다. 1분기보다 2분기 실적이 나아질 것이고, 3분기, 4분기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강 행장은 국내 뱅커들 가운데 드물게 외국계 은행과 국내 시중은행을 두루 거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면서 느끼는 바도 남다를 터. "JP모건체이스가 평소 생소하고 자신 없는 상품은 팔지 않은 덕에 이번 위기를 비껴갈 수 있었던 것을 잘 새겨봐야 합니다. 월가의 글로벌 은행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결국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최선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때문에 그는 직원들에게도 늘 '원칙'을 강조한다. 지켜야 할 구체적이고 모범적인 행동규범으로서 'IBP(International Best Practiceㆍ국제 수준에 맞는 최상의 업무처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특히 강 행장이 요즘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은 4가지다. 정직, 정확, 신속, 그리고 친절.
이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결코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직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이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속하게 일처리를 하고, 언제 어디서나 친절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지요."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신뢰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 네 가지만 확실히 지킨다면 고객의 믿음을 끝까지 지킬 수 있다는 지론이다.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은행. 하지만 강 행장은 최대은행에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가장 강한 은행, 가장 신뢰 받는 은행이라고 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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