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전서'의 표지와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간판, 그리고 동네 삼겹살집 간판에서까지 두루 보이는 낯익은 글씨체가 있다. 바로 서예가 원곡 김기승(1909~2000)의 글씨다. 힘이 넘치면서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강약의 대비로 리듬감이 느껴지는 그의 글씨는 '원곡김기승체' 폰트(글꼴)로 개발돼 여전히 대중 곁에 머물고 있다.
김기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말씀대로' 전이 17일부터 8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한글과 국ㆍ한혼용 글씨를 비롯해 전서와 예서, 해서와 행서체 한자 등 그의 서체별ㆍ시기별 대표작 150여점이 전시된다.
이동국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간판 글씨의 대중성이 원곡 예술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막고 있는데다 평생 같은 글씨만 썼다는 오해를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원곡체의 형성 궤적을 서체별, 시기별로 추적해 그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먹의 농담을 활용한 원곡의 그림인 묵영(墨映) 작품도 눈길을 끈다. 1960년대 서단에서 서구 추상미술의 아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이 작업은 원곡의 현대미술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보여준다. 김구가 원곡의 부인에게 써준 휘호를 비롯해 김기창 이응로 손재형 등 그와 교류한 서화가들의 방명록 글씨도 볼 수 있다. (02)580_1660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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