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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전쟁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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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전쟁기념비

입력
2009.07.15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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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검은 대리석에 스카치 테이프로 장미를 붙여놓았다. 눈물이 난다.

사람들이 언덕을 내려와선 자기 키보다 낮은 대리석에서 빗겨나간 아버지를 빗겨나간 예언을 읽고 간다. 트럼펫이 들리는 오후 장난꾸러기 사내아이가 비둘기를 쫓다가 잠이 들고, 전쟁은 항상 기념되지 않는다.

드럼통같은 헬리콥터를 탄 녀석들만이 가까스로 용감했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버린 전쟁. 아버지와 아버지가 싸운, 크기가 다른 통조림이 싸운, 과부이게 했고, 고아이게 한 여름은 기념되지 않는다.

죽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그런 영화관엘 가보고 싶었다.

●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들은 아버지 세대들이 겪은 전쟁의 추억을 물려받는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전쟁은 저자에서 총을 쏘지 않고 검은 대리석 속에 그 옛날의 총소리를 가두어 놓는다.

우리는 그 전쟁의 결과를 기념물을 통해서 관람한다. '모두 죽어버린 전쟁', '아버지와 아버지가 싸운' 전쟁, 결국 '크기가 다른 통조림'이 싸운 전쟁. 그 전쟁을 기념하는 문구들은 '빗겨나간 예언'일 뿐.

핵무기를 제한하려는 거대정치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한 뉴스를 들으면서 이 시를 읽는다. 누구나 전쟁의 극명한 야만을 알면서도 엄청난 돈을 들여서 무기를 사고 군대를 강화하는 세상을 일개 시인인 나는 잘 해독할 수가 없다. 다만 '죽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그런' 영화관에서 우리가 전쟁을 관람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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