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석연치 않은 돈 거래 의혹을 깨끗이 해명하지 못한 채 낙마했다. 검찰총장은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 없어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도 부정적 여론을 걱정하는 분위기여서 그의 낙마는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검찰 쇄신을 강조한 대통령으로서는 뜻밖의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한 셈이다.
13일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천 후보자가 올 3월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를 28억7,500만원에 구입하면서 주변에서 23억5,000만원을 빌린 돈 거래에 관한 것이다. 천 후보자는 전세로 살던 아파트의 주인이 갑자기 팔려고 하는 바람에 자신이 매입했으나 원래 보유한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건설업자 박모씨에게서 15억5,000만원, 동생에게서 5억원, 처형에게서 3억원을 각각 빌렸다고 밝혔다.
의혹의 핵심은 "10년 전부터 가끔 연락하는 사이"라는 박씨가 거액을 연 4% 이자로 빌려주었다는 해명이 석연치 않은 점이다. 또 동생은 소형 아파트에 살며 주민세를 체납한 형편이어서 5억원을 빌려줄 처지인지 의문이지만 분명한 해명은 없었다. 천 후보자 부인이 인테리어 업자가 월 170만원에 리스한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다가 후보 내정 직후 리스를 승계한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런 잡다한 의혹에 대해 야당은 '스폰서'와의 유착을 의심하며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반면 한나라당은 "집을 넓히면서 무리했지만 결정적 흠은 아니다"며 직무수행 능력 등을 들어 감쌌다. 본인은 "고위공직자의 자세를 다시 숙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쇄신을 이끌어야 할 이가 군색한 해명을 되풀이하는 모습은 솔직히 보기 민망했다. 공안검사 이력 등에 관한 시비는 정치공세로 치부할 수 있지만, 돈 거래 등 처신에 관한 여론의 부정적 평가는 본인뿐 아니라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번 검찰총장 인사가 무엇보다 민심 수습을 위한 것임을 유념해 적임자를 새로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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